토익 315점·지방대출신 벽 깨고 트위터 입사하다

머니투데이 김은혜 기자 | 2016.03.21 06:00

[내일은 내가 만든다, 진로개척자]⑦ 김창옥 트위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편집자주 |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죽어라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코리안 웨이'다. 하지마 이를 과감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써나가는 남다른 성공 방정식을 소개한다.

뉴욕대학교 대학원 대학시절.
# “공부가 재미있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크다. 교환학생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반드시 외국 유학을 갈 생각이다.” 토익 315점, 심지어 토플 점수도 없었던 그가 아일랜드 교환학생 선발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 “나는 반드시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1, 2학기는 실패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열심히 해보겠다.” 뉴욕대에서 석사과정을 하던 그가 첫 1년간 2번의 학사경고를 받았을 때 학장에게 쓴 이메일 내용이다.

트위터(Twitter) 엔지니어 김창옥씨(31)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2번의 결정적 순간에 던진 승부수다. 놀기 좋아했던 평범한 청년 김씨는 동아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후에도 되는대로 살았다. 1학년 2학기 전공을 선택할 때도 친한 친구를 따라 컴퓨터공학으로 결정했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김씨의 삶이 주도적으로 바뀐 것은 복학 후 전공관련 학회에서 신입생 후배들을 가르치면서부터였다. “누군가를 가르치다 보면 내가 뭘 모르는지 명확해지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같이 공부했는데, 그때부터 공부의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던 김씨에게 서울소재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한 선배가 의외의 조언을 했다.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하면 생각만큼 공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 힘들다. 이왕 공부해서 학문의 길을 가겠다면 유학 가서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었다.

유학을 가겠다는 김씨의 선언에 부모님은 ‘갈 수 있으면 가보라’며 코웃음 치셨다. 당시 가정형편이나 영어실력면에서 김씨에게 유학은 언감생심이었다. 방법을 찾지 못하던 그에게 한 친구가 아일랜드 교환학생 프로그램(복수학위제)을 소개해줬고 별 기대 없이 설명회와 면접까지 참가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먼저 면접을 보고 나온 참가자들의 대화를 엿듣고 질문내용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아일랜드식 영어로 질문하는 면접관 앞에서 다짜고짜 자신의 포부를 펼쳤고 결과는 합격. 토익 315점이던 김씨가 서류 작성란에 아예 영어성적을 기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일랜드 교환학생 기간중 곳곳을 여행하며 보냈다.

아일랜드에서 보낸 1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학업 외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을 하거나 하우스파티로 보냈고, 외국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놀다보니 영어실력도 쑥쑥 늘었다. 아일랜드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외국생활에 잘 맞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2008년 6월 귀국 후부터 본격 유학준비를 시작했고 남은 1학기 전공수업과 병행했다. 졸업 후 1년간 서울과 부산으로 오가며 토플과 GRE 시험을 준비한 결과 2010년 봄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컴퓨터사이언스 전공 석사과정에 합격했다. 김씨는 이때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유학가기 전까지는 사실 별로 실패해 본 적이 없었어요. 노력하면 길이 열렸고 또 운도 따라줬어요. 그런데 미국에서의 석사과정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 같았어요.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사경고를 받았고, 잠정적으로 퇴학이 결정됐죠. 퇴학이 결정되면 몇 주안에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생애 최악의 상황에 몰린 김씨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는 생각으로 4시간동안 정성들여 학장에게 메일을 썼다. 자신이 왜 남아야 하는지, 학문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어필하며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미국에서도 통한 건지, 여름 계절학기를 한번 더 들을 기회를 얻게 됐다. 김씨는 학과 수석 졸업생인 벨라루스출신 여학생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공부방법을 전수받았다. 부끄러움보다 절박함이 더 컸기에 그녀가 시키는 대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했고, 그리고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소를 잃었으면 당연히 외양간을 고쳐야 합니다. 소를 잃어놓고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저 열심히만 한다고 소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죠. 자신의 방법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돌아보고 고쳐나가야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김씨는 졸업 전까지 학점 복구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도 신입사원이 입사지원할 경우 성적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로 출근중인 김씨.
대학원 졸업 후에도 김씨는 매일 아침 10여개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오후에는 인터뷰를 준비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김씨는 이때도 조바심내거나 흔들리기보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취업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했다.

졸업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트위터와 모 데이터업체 2곳으로부터 합격 오퍼를 받았고, 인터뷰 분위기가 더 좋았던 트위터에 입사를 결정했다. 108개 회사로부터 '광탈'한 끝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스크럼(scrum)이라는 방법론으로 일하고 있어요. 플랜을 짜서 2주동안 일하고 반드시 일한 것을 회고(Retrospection)하는 시간을 가져요. 토론과 투표를 통해 액션플랜 3개를 정한 다음 2주 동안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개인적으로도 어떤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업무일기(에버노트)에 쓰며 회고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어요.”

그가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실수나 실패했을 때는 반드시 실수를 복기해야 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요. 다들 자기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고 하나라도 더 배워서 공유하려는 분위기에요. 저도 그 분위기에 휩싸여서 꾸준히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목표는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누가 봐도 유능한 엔지니어라고 꼽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