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이세돌, 알파고, 총선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 2016.03.12 09:00
이세돌(오른쪽)이 알파고와 대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9일부터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 1,2국에서 이세돌 9단이 2연속 불계패를 당했다. 충격이었다.

9일 1국의 패인은 약간의 자만과 알파고를 테스트해보려는 변칙수가 자충수가 되고만 경우다. 그리고 10일 2국에선 초반 포석부터 진지하고 진중하게 수를 두어나갔음에도 다시 패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19×19의 반상에서 바둑돌을 놓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수보다 많다고들 한다. 실제로 5000년 바둑 역사에 똑같은 기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 그런 다양한 기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데이터를 통해서 학습할 수밖에 없는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기는 요원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았었다.

1997년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러시아)가 IBM의 슈퍼컴 딥블루에 1승3무2패로 패한 이후 현재까지 체스챔프자리를 인공지능에 넘겨주고 있지만 바둑만큼은 인간의 아성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왔다. 그리고 이세돌 9단의 연이틀 불계패는 이 자부심을 여지없이 흔들어놓고 말았다.

씁쓸함을 어찌할 수 없다. 인공지능의 저 놀라운 개가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대체하게 될 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통에 암울하기까지 하다. 만나이 33세의 이세돌 9단은 12살에 입단했다. 입단이 12살이니 그가 얼마나 어려서부터 바둑에 매달렸는지 알만하다. 결국 이세돌에게 바둑은 평생의 의미에 다름아니다.

인간의 존재가치중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인생을 바쳐 획득한 기술로 자신과 주변을 부양하며 사회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간만의 아성으로 평가받던 바둑에서조차 ‘바둑기사 알파고’가 등장했다. 소설가나 드라마작가 같은 경우는 어떨까. ‘세상에 없던 이야기는 없다’고들 하는데 그 무수한 이야기들과 플롯들을 입력시키면 인공지능은 언제라도 코미디와 멜로와 액션물을 써낼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알파고’ ‘화가 알파고’ ‘사진작가 알파고’.. 이미 인간을 대체한 기술분야뿐 아니라 창작부문조차 언제라도 인간이상의 인공지능 대가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 끝에서 사람은 어떤 가치의 존재로 남게될 것인가?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초 인공지능 등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일자리 5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바라보는 또다른 소회 하나. 여야 가릴 것 없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총선정국과 관련해서다.

원대 편찬된 바둑서적 현현기경(玄玄棋經)에 따르면 바둑에는 기강과 격식이 중요하다. 먼저 네귀를 나누어 점령하고 비스듬히 두칸을 벌리고 나아가는 것이 바둑의 기강과 격식이다. 나아가는 수순도 변에서는 대개 3선에서 두칸 벌려 놓고 두점이 섰으면 세칸을 벌리고 세점이 섰으면 네칸을 벌리고 다른 기착점과 연결이 될 경우에는 다섯 칸을 벌리기도 한다. 가까이 한다고 너무 가까워서도, 멀리 한다고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 세칸 벌릴 상황서 두 칸을 벌리면 중복되어 착수효율이 낮아지고 네칸 벌릴 상황서 다섯칸을 벌리면 쉬 끊어진다.

이런 기강과 격식이 처음 포석할 때는 대체로 지켜지는 편이지만 대국이 진행되면서는 대개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시작과 끝이 있으려면 반드시 기강과 격식이 유지돼야 한다. 물론 승부를 결하는데 정도로만 끝나진 않는다. 정도로 진행되다 결국은 기모(奇謀)로 승부가 갈리게 되는데 언제나 승부의 비결은 내 땅을 견고하게 다진 후에야 상대방의 의표를 찔러 허점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각 당의 컷오프와 그로 인한 상호비방, 탈당과 입당 등의 헤쳐모여로 여의도가 시끄럽다. 이번 총선이 기강과 격식이 갖춰진 채 탁월한 묘수들이 속출하는 반상의 격전을 닮았으면 좋겠다.

아직 3국이 남았다. 이세돌 9단, 이렇게 알파고에 지고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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