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한 아내 아들'에 전재산 준 아빠, 저는 어떡해요?"

머니투데이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 2016.03.10 09:06

[the L]12년차 상속·신탁 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가족'들의 이야기

형철(가명)씨는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재혼한 처인 지민(가명)씨와 아들 민우(가명),민규(가명)씨에게 물려줬다. 미리 다 물려줘서, 2007년7월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런 재산이 없었다. 지민씨는 물려받은 논과 임야를 H회사에 팔았다. H회사는 땅을 사서 잡종지, 창고 용지 등으로 지목(땅의 사용 목적)을 변경했다. 민우씨와 민규씨도 물려받은 땅의 지목을 잡종지 등으로 바꿨다. 이렇게 지목을 바꾸면서 땅 값은 크게 올랐다. 지민씨는 H회사에 팔고 남은 땅을 두 아들인 민우씨와 민규씨에게 다시 물려줬다.

형철씨는 전처와 사이에서 이미 두 딸이 있었다. 형철씨로부터 어떤 재산도 물려받지 못한 두 딸은 지민씨와 민우,민규씨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 딸은 이들로부터 자신의 몫을 받을 수 있을까? 형철씨가 물려줄 때보다 값이 크게 오른 땅값은 어떻게 반영이 될까? H회사에 판 땅과 지민씨가 아들에게 물려준 땅도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될까?

유류분은 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부분을 말한다.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지만, 일정 부분은 유족에게 줘야한다. 만약 정해진 한도보다 많이 물려줬다면 상속인은 돌려달라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사망 후 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땅값 많이 올랐는데..얼마나 줘야 할까?

대법원은 "증여를 받고 나서 상속인, 즉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비용을 들여 재산을 늘렸다면, 증여 당시의 상태를 기준으로 돌려줘야 할 유류분의 몫을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2015.11.12.선고2010다104768판결).

이 경우 형철씨가 땅을 물려줬지만, 두 아들이 토지의 목적을 변경하면서 땅 값이 크게 올랐다. 두 딸의 몫은 '지목을 변경하기 전 상태일 때, 상속개시가 된 시점의 땅 값이 얼마인지를 따져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0다104768 판결)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생전에 물려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이후에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증여 시점과 상속개시 시점 사이에 간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유류분반환 대상 재산의 가치를 언제 시점으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재산이 부동산이나 주식인 경우에는 물려받았을 때의 가격과 상속개시 시점의 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하곤 한다.

대법원은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2011.4.28.선고2010다29409 판결). 예를들어 1억원짜리 부동산을 물려줬는데, 사망 시점 즉, 상속개시 시점에 값이 10억원으로 올랐다면, 유류분반환 대상 재산을 10억원으로 해서 유류분가액을 계산한다.

그런데 물려받은 재산에 자기비용을 들여서, 증여받을 때보다 재산의 가치가 높아졌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도 똑같이 재산의 가치를 상속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정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예를들어 황무지를 물려받아 열심히 개간해 논, 밭으로 일궜다던가, 허름한 건물을 받아 리모델링 해 값비싼 건물로 탈바꿈시켜놓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이 사건처럼 논, 임야 등을 잡종지나 창고용지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목으로 변경시켜 놓은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증여당시, 즉 물려받은 당시의 상태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형철씨의 사례에서 보면 잡종지나 창고용지로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논, 밭, 임야의 상태로 보고 상속개시 당시의 시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물려받은 땅 이미 팔았는데…?"

그럼 H회사의 경우는 어떨까? H회사가 산 땅은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이다. 물론 H회사가 땅을 반환해야 할 의무는 없다.


원물반환, 즉 물려받은 땅으로 반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이를 판 사람, 즉 지민씨가 돈으로 반환(가액반환)해야 한다. 역시 증여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 가치를 계산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해서 가액반환을 할 경우 가액은 상속개시 시점이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2005.6.23.선고2004다51887판결). 원물반환을 할 때와 가액반환을 할 때를 굳이 달리 구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판례를 따를 경우 민정씨가 H회사에 판 부동산은, 증여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의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시가감정은 법원이 선임하는 감정평가사에 의해 이뤄진다. 당사자들이 개인적으로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받아오는 '사감정'은 참고는 될 수 있지만, 결국은 법원의 시가감정에 의해 결론이 난다.

물려받은 재산을 다시 물려줬다면?

지민씨가 두 아들에게 준 땅은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에 의해 반환해야 할 유증 또는 증여의 목적이 된 재산이 타인에게 양도된 경우, 양수인이 양도 당시 유류분권리자를 해함을 안 때에는 양수인에 대해서도 재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2002.4.26.선고2000다8878판결).. 즉 민정씨가 아들들에게 땅을 주면서, 땅의 일부가 전처의 두 딸에게 줘야 할 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들들은 이를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두 아들은 "유류분반환 대상 재산이 타인에게 양도된 경우에는 이를 받은 사람에게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없으니, 지민씨에게 받은 땅은 유류분반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지민씨가 형철씨에게 재산을 받고, 다시 두 아들에게 물려줬다. 두 아들은 형철씨와 지민씨의 아들들이고, 증여 당시 이들이 형철씨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증여받은 상태였다. 형철씨가 두 딸에게 별다른 재산을 물려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두 아들은 지민씨에게 땅을 받을 때 유류분권리자인 두 딸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하다. '악의의 양수인'으로 두 딸에게 유류분 침해 한도 내에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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