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재미있는 한국어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 2016.03.0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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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지느러미, 라고 발음해보라. 그것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바다라고 발음하면 우리의 입이 얼마쯤은 바다를 닮는다. 뾰족하다는 말은 얼마나 뾰족하며 뭉툭하다라는 말은 얼마나 뭉툭한 것인지. 칼은 말을 닮아 날카롭고, 달 역시 말을 닮아 둥글다. 숨이란 말에서는 미묘한 공기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늘이란 말의 하늘스러움과 바람이란 말의 바람스러움과 별이란 말의 별스러움. 가자미라고 발음하면 바다의 바닥으로 깔리는 듯한 느낌의 가자미스러움. 참새의 눈썹, 나무의 겨드랑이, 강아지 하품…. 한국말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말의 의미 말고도 말의 체온, 말의 느낌, 말의 표정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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