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만든 공학자가 만든 알파고, 간단히 볼 수 없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6.03.08 07:01

[예비관전평] 아마 5단 손종수시인 "확률 50대 50, 져도 기계만든 인간에 진 것일 뿐"

아마 5단의 바둑기사인 손종수 시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지난 5개월의 '행적'을 모르기 때문에 이세돌(프로 9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국 팬들은 자국 선수의 선전을 장담하고 있지만, 바둑 전문가들은 시합이 다가올수록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기원이 설립한 세계사이버기원의 상무이사이자 2014년 등단한 손종수(58, 아마 5단) 시인도 처음엔 '인간의 승리'를 장담했다가 최근 '중도'로 돌아섰다. 이유는 알파고의 숨겨진 지난 5개월의 학습 능력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알파고는 철저히 전략을 감춘 채 '생활'해왔어요. 지금 '그'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있나요? 이 '친구'가 순식간에 자기 복제를 해서 업그레이드했고, 지금은 프로 기사와 대등한 실력을 갖출 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가 됐잖아요. 최근엔 중국에서 세계 정상급 기사로 예측되는 프로 기사 한 명이 영국에 입국해 알파고와 실전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는데, 9일 첫날 뚜껑을 열기 전까진 아무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거예요."

손 시인은 알파고가 중국 프로기사 판후이와의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두기까지 철저하게 '맞춤 전략'을 구사해왔다고 파악했다. 알파고가 판후이와의 대결에선 훌륭한 업그레이드 사양을 갖추고 있음에도 '아마추어 기보'만을 입력했기 때문.

"판후이가 프로 기사이긴 하지만, 아마추어적 실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알파고는 딱 이 수준에서만 연습한 셈이에요.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바둑사이트에서 아마추어 기보만 열심히 '공부'했죠. 기보 16만 개, 바둑돌 위치 정보 3000만 개를 입력한 내용만 가지고 판후이를 이겼거든요. 상대가 이세돌이라면 알파고는 어떤 전략을 구사했을까요?"

알파고가 이후 5개월 간 프로 기보를 닥치는 대로 입력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다음 전략 수순에 딱 맞는 행보인 셈이다. 손 시인은 "상대에 따라 컴퓨터 성능을 조절하는 능력이 사실은 더 무서운 것"이라며 "현재 업그레이드 수준을 아무도 모른다는 게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서치'(Monte Carlo Tree Search) 기술을 이용한다. 사각의 361개 경우의 수를 나무 구조로 병렬 배치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 기술인데, '도박의 도시'인 몬테카를로를 빗대 붙여 명명했다.

"이걸 개발한 사람이 원자폭탄을 만든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이에요. 원자탄을 만드는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가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기술 개발에 참여했죠. 여기에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는 신경망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는 또 다른 신경망이 결합한 알고리즘으로 예측 확률을 높였어요. 그러니 어찌 간단하고 우습게 볼 수 있겠어요? 도박과 확률의 게임에서 가장 높은 수를 예측하는 기술을 알파고에 적용했으니 그 위력이 간단치 않을 겁니다."

손 시인은 "이세돌이 5대 0으로 이기길 바라지만, 그 반대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면서 "이제 확률은 50대 50"이라고 했다.

손 시인은 9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첫날을 시작으로 5전 대국을 모두 감상한 뒤 본지에 관전평을 쓸 예정이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지면 비관론적 반응이 나올 테지만, 체스의 경우처럼 이 경기는 '지고 이기는' 문제일 뿐이에요. 결국 이 싸움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할 경우에도 기계를 만든 인간에게 진 것일 뿐이니까요.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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