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첫 디지털화폐 발행 국가 될까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 2016.03.11 13:00

[숨고르기]주요 중앙은행들 디지털화폐 도입은 시간 문제

편집자주 |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해 중국의 해외 자본유출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중국인민은행이 자본유출 방어 수단의 하나로 디지털화폐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걸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월22일자)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중국이 전세계에서 첫번째 디지털화폐 발행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 디지털화폐를 발행한 중앙은행은 전세계에 어디도 없다.

현재 민간차원의 각종 페이(pay)나 월렛(wallet) 등과 같은 전자지불수단이나 비트코인(Bit-coin) 같은 가상화폐가 이미 기존 화폐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고유 영역(게임 내지 상거래 사이트)을 벗어나 자본이동이나 자금세탁 등에까지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000만 달러에 머물던 비트코인의 일거래량은 올해 들어 2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디지털화폐의 활성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세계 거래량의 80%(지난해 3월기준)에 달한 점은 중국자본의 해외유출과 이에 따른 환율정책의 불안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조기 도입 검토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현실은 편의성 단계를 지나서 화폐 기능에 혼선을 야기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어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화폐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비트코인의 빠른 활성화가 각국의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자체적인 디지털화폐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끔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의 이커런시민트(eCurrency Mint)라는 디지털화폐 기술회사가 이미 30개 국가의 중앙은행과 관련 기술을 협의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디지털화폐 도입의 필요성은 자본이동 감시나 자금세탁 방지 같은 목적 외에도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강조되고 있다. 지난달 서머스 미국 전재무장관이나 드라기 유럽중앙은행총재의 고액권 폐지 주장은 종이 화폐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 금융통화정책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학계와 민간에선 디지털화폐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5월 하버드대학의 경제학교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가 중앙은행의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위하여 캐시리스(cashless) 사회를 주장했고 여기에 시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렘 비터(Willem Buiter)가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디지털화폐는 불법자금사용 방지는 두말할 것도 없고 투기자본의 유출입 동향 파악이나 마이너스 금리 적용이 용이하여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효과와 효율성을 최적화 할 수 있다. 또한 각국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비정상적 환율전쟁을 상호 모니터링하고 조율하기 쉬워진다.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준비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나온 30개국 외에 이미 캐나다와 에콰도르는 중앙은행차원의 디지털 지급결제기술을 실험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제도권 화폐로 편입하는 등 디지털 화폐 도입 검토가 가장 활발하다. 지난해 5월에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도입이 필요하다는 씨티은행의 보고서를 재무부가 접수한 바 있다. 이달 2일에는 영국은행(BOE)의 벤 브로드벤트(Ben Broadbent) 부총재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상업은행의 비즈니스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는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가 상당히 깊숙하게 진행되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유럽의회는 EU 회원국들에게 디지털화폐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 것을 지난달 23일 제안했으며, 같은 날 시드니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호주중앙은행의 지급결제 담당국장은 언젠가는 호주 자체의 디지털화폐를 가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디지털화폐 체제로 가는 앞길에 기술적 난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발행에 따른 보안, 안정성, 정보 보호 등의 문제는 불록체인(Block-chain)과 같은 기술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ICT기반의 글로벌 뉴노멀 경제체제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대중적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결국 시간과 방법의 문제일 뿐, 각국이 모든 통화 자체를 디지털로 발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ICT 혁명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 정도의 배경과 필요성이라면 전세계가 디지털화폐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디지털화폐가 현재 달러중심의 기축통화체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디지털화폐 도입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전세계적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은 분명하다.

한편, 한국은행은 아직 디지털화폐 도입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나 의견이 없는 모양새다. 그러나 디지털화폐의 도입은 시간 문제이기에 지금부터라도 태스크포스를 별도로 만들어 조만간 벌어질 디지털화폐 도입 경쟁에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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