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표 이세돌(프로바둑기사 9단)과 인공지능(AI) 대표 구글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9일 벌어진다.
5개월 간 매일 3만여 대국을 두며 쉬지 않고 학습한 알파고의 실력이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정석에서 벗어난 '변칙 수'로 바둑계 1인자가 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얼마나 창의적 기량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서 개최된 구글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보여주겠다"고 임전 소감을 밝혔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사) 회장은 "누가 이길 지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번 게임의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가 치러질 서울로 전세계 바둑계는 물론 과학·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나=9일 제1국을 시작으로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까지 총 5번의 대국이 이어진다. 시간 규정도 있다. 두 기사가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는 지난 주부터 구글 딥마인드 팀이 설치를 마치고 대국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실력이 한 단계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고는 이번 대결을 앞두고 수많은 프로기사의 기보를 습득한 알려졌다.
기본적인 대국 방식은 알파고와 판 후이 2단과의 대국 때와 같다. 대국장에는 총 3명이 배석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리인 아자 황. 심판은 한철균, 김성래, 한종진, 서건우, 이다혜 등 프로기사 5명이 차례로 심판진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아자 황은 이세돌 9단과 마주 앉아 알파고의 ‘손’과 ‘눈’ 역할을 한다. 그는 모니터를 보면서 알파고 대신 바둑돌을 두고 이 9단이 놓는 수를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게 알려준다.
◇어떤 룰 따르나=이번 경기는 흑이 부담할 덤을 7집 반으로 하는 등 중국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알파고가 중국 규칙을 토대로 개발된 탓이다. 또 알파고는 지난 1년 6개월 간 중국 룰에 맞춰 훈련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이 9단 측도 합의를 한 상태다. 한국기원 측은 "이세돌 9단은 세계 바둑 챔피언으로서 중국 룰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집의 개념, 계가 방식 등이 서로 달라 종종 논란이 되는 까닭에 이번 경기 규칙이 이세돌 9단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덤 7.5집은 6.5집을 부여하는 한국 바둑 대비 백에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가 백을 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덤은 바둑에서 선착의 효과 때문에 흑을 잡은 쪽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흑에게 일종의 핸디캡을 주기 위한 것이다. 흑에게 7.5집 덤을 부여하는 이번 경기의 경우 흑집이 대국 종료 후 백집보다 최소한 7.5집만큼 더 많아야 흑이 승리한다.
◇총 상금 규모는=이세돌 9단과 알파고 중 3대국을 먼저 이기는 쪽이 이번 대회의 승자다. 그러나 중간에 승자가 결정되더라도 경기는 5차례 모두 치러진다.
이번 대회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원)이다. 이 외 대국료가 대국당 2만 달러(약 2200만 원), 승리수당은 대국당 3만 달러(약 3300만 원)로 책정됐다. 가령, 이세돌이 5대 0으로 승리하면 최대 125만 달러(약 13억 7500만 원)를 손에 쥐게 된다.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해당 상금은 유니세프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한편 이번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과 지상파 방송, 케이블 바둑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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