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흙의 날, ‘생명의 근원 흙’ 소중함 알아야

더리더 박영복 기자 | 2016.03.04 19:01

이덕배 (사)한국토양비료학회 회장


인간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흙’, 소중하게 다루고 가꾸어야
흙의 날 3월11일, ‘하늘과 땅, 사람’ 과 농업·농촌·농민의 3농, 흙 토(土) 풀어 쓴 ‘11’의 의미


‘흙’은 인류 동·식물들에게 식량공급은 물론, 서식지 제공과 생물다양성 확보, 수자원 확보, 에너지 안보 등 수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각 나라들은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흙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와 제1회 세계토양조사경진대회를 성공적인 개최로 참석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아 우리나라 토양비료학회에 대한 세계적 위상을 떨쳤다. 또한 작년 2015년에는 UN이 ‘세계 흙의 해’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는 토양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흙의 날’을 제정하게 됐다. 이런 뜻깊은 일에 한국토양비료학회가 중심이 됐다. 이덕배 한국토양비료학회 회장을 만나 흙에 대한 설명을 들어 봤다.

한국토양비료학회 회장직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함께 학회를 소개하자면

“먼저 토양비료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자면 비료산업은 1961년 충주비료공장을 필두로 진해, 울산, 나주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업의 발전과 비료학자들이 양성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UN원조로 토양비옥도 증진 사업(1963~1968)과 토양조사 사업(1964~1969)을 수행하면서 주곡작물의 수량증대를 위한 비료사용기술을 개발했고, 1:50,000축척의 전국 토양지도도 완성했다.


이 같은 두 가지 UN원조사업의 성공과 더불어 116명의 토양비료전문가가 양성됐다. 이러한 토양과 비료분야 인력양성에 힘입어 1968년 한국토양비료학회가 창립되었다.


1960년대 축적된 토양비료기술은 1970년대 초반 개발된 통일벼와 만나 역사적인 쌀 자급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1980~1989년 농촌진흥청의 농토배양사업에 힘입어 학회 회원들은 전국적인 토양비옥도 증진사업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했다.

1990년대 친환경 농업의 등장으로 기존의 수량증대 위주의 토양과 비료 연구는 환경 보전 중심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1996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농촌진흥청 소속 토양비료학자들은 토양정보의 간편한 활용을 위한 디지털토양지도 구축사업을 통해 2006년까지 매년 500명의 청년에게 일자리 제공과 1:25,000축척, 1:5,000축척의 전국 세부정밀토양도를 구축하면서 흙토람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이후 농촌진흥청 소속 토양비료학자들은 전국단위로 1:5,000축척의 전자토양지도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한국토양비료학회는 50년이 안된 짧은 역사 속에서도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를 제주도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세계 각 국의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이제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신임 학회장으로서 지금까지 짧은 역사 속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거듭한 한국토양비료학회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학회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만남의 장소인 만큼 선배들의 경험과 후배들의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학회, 산업체와 대학, 연구소간의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소통하는 학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학회에서는 흙 살리기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흙의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역사적으로도 비옥한 땅이 있는 곳에서 고대문명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토양학자인 조백현 선생님은 ”순박한 땅에서는 순박한 민족이, 척박한 땅에서는 척박한 민족이 나게 마련이지만, 그것도 가꾸기 나름이다. 척박한 땅을 기름지게 가꾸어 낸 민족은 순박하면서도 강인한 반면, 순박한 땅을 척박하게 버려 놓은 민족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조 선생님의 말처럼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역은 비옥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였고 현재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흙’은 인류에게 식량과 섬유를 제공하는 기능, 동·식물 등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 확보 기능, 하늘의 빗물을 머금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수자원 확보 기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안보 기능 외에도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해주는 기능과 인간에게 집과 도자기와 같은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흙 가꾸기에 매진해야할 것이다.”

지난해는 UN이 정한 ‘세계 흙의 해’이자 3월 11일을 ‘대한민국 흙의 날’로 제정한 매우 뜻 깊은 한해였다.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201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식량안보와 빈곤추방을 주요과제로 선정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토양이 소중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그 결과 UN은 작년 2015년을 ‘세계 흙의 해’로 지정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토양비료학회는 2014년 세계토양학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우리나라도 국내·외적인 흐름에 발맞춰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대한민국 흙의 날’이 제정됐다.


흙의 날이 3월 11일로 제정 된 이유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3대 요소와 농업·농촌·농민의 3농의 ‘3’에서 3월로 정하고, 흙 토(土)를 풀어서 ‘11일’로 정하게 됐다.


지금까지 농협과 한국토양비료학회가 중심이 되어 19차례의 흙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여 왔으나, 이제 대한민국 흙의 날이 친환경농어업법(약칭)에 명문화된 만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정부행사로 발전하게 됐다. 이제 정부차원에서 흙의 날을 제정한 만큼 흙을 잘 가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지침 제정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와 제1회 세계토양조사경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토양학과 학회에 대한 세계적 위상은 어떠한가?

“제1회 세계토양조사경진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 국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세계토양학계 원로들이 무척 흐뭇해하며 미래 희망을 기대하게 되었다. 세계토양학대회에 젊은 토양학도들의 참여는 선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 참가한 세계 토양학자들은 ‘제주토양선언문(Jeju Declaration)’을 채택했다. 9개항으로 구성된 제주토양선언문은 UN은 물론 세계 각국의 토양학계에 흙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서 주요 의제중 하나는 토지안보(Soil Security)였다. 학술대회 참가자들이 흙이 가진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확보, 물안보, 에너지안보, 삶의 공간 확보 기능 등을 깊이 인식한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에 참가한 FAO 토지국장이 “한국 농촌진흥청의 흙토람을 중심으로 한 토양비료 발전기술과 모델은 개도국의 발전에도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50년 전 UN원조로 교육받은 토양비료기술이 이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제공할 때가 되었음을 FAO가 인정해준 것이다.


이는 2014년 한국토양비료학계가 세계정상에 우뚝 서게 되면서 개발도상국가들로부터 기술원조를 요청받는 수준으로 비약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세계토양학대회에서 토양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학자에게 4년에 한번 가칭 ‘King Sejong Award(세종대왕상)’의 제정을 국제토양학연합(IUSS)에 제안했다. 추진상황은?

“작년 2015년 12월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국제토양학연합회 이사회는 한국토양비료학회가 제안한 가칭 ‘세종대왕상’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제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수상자 선발과 상금에 대한 세부지침만 제정해서 올해 11월 국제토양학연합(IUSS)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면 된다.


지금까지 IUSS는 기초토양학분야 우수연구자에게 도쿠차예프상과 응용토양학분야 우수연구자에게 리비히상을 수여해 왔다. 하지만, 제21차 세계토양학대회는 한국토양비료학회에서 제안한 가칭 세종대왕상이 추가되어 세계적으로 한국 토양비료학회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대왕은 농사직설을 편찬하여 조선의 농지생산성을 혁신시킨 위대한 선조이시다. 국제무대에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상을 수상하는 것은 한국토양비료학회가 2014년 대회성공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 할 수 있겠다.”

2014년 제주에서 개최된 20차 세계토양학대회 백서발간 발간과 의미는


“2015년 한국토양비료학회는 대한민국 흙의 날 제정 기념식 개최와 제주토양선언문 기념비 제막, 한국 대학생토양조사경진대회 개최, 토양물리·화학성 현장진단경진대회 개최, 흙 해설사 양성 등 굵직한 후속조치들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20WCSS 백서는 세계토양학대회(WCSS)의 역사,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 준비와 진행 그리고 후속조치를 담고 있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한 만큼 역사적 기록물로 후세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작년 말 개인적으로 ‘흙을 가꾸는 마음’이란 책을 발간했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대학시절 ‘흙’ 동아리에 가입해 “해보라 하지 말고 나로부터 비롯하라”는 회훈을 통해 솔선수범의 자세를 배우게 됐다. 20대에 배워서 50대 중반인 지금까지 소중한 좌우명으로 간직하고 있으며, 실행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진흥청 호남작물시험장의 식물환경과로 발령을 받아 토양비료 연구를 시작하며 식물영양생리연구, 인공제올라이트 합성과 활용연구, 새만금 간척지 친환경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2005년에는 지금의 국립농업과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농업다원기능평가팀장, 기후변화생태과장직을 역임하고 토양비료과장직에 있으면서 농업다원기능 평가, OECD농업환경지표 개발과 평가, 온실가스 감축, 농업기상재해 경감, 농업환경정보 구축과 활용, 과학적인 비료사용연구 등을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모든 농업문제의 시작과 끝이 흙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교훈들을 언론에 기고하고 방송원고로도 사용했다. 제가 생각하는 ‘흙을 가꾸는 마음’은 성실함, 진실함 그리고 기다림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토양비료학회라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감이 있다. 일반인이 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흙 해설사’ 제도를 준비·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 후속조치로서 한국토양비료학회는 2014년 가을학회에서 흙 해설사 교육을 시작했다. 흙 해설사 수강자격은 20년 이상 한국토양비료학회 회원활동을 하고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써 2차례의 심화교육을 이수하면 흙 해설사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현재까지 12명의 흙 해설사를 배출한 상태다.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올 2016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제2기 흙 해설사 양성 교육을 실시한다.


흙 해설사는 적절한 토양조건에 적합한 농작물을 골라 심는 지혜와 농자재의 올바른 사용 등을 교육하고 있다. 앞으로 비료판매회사, 토양검정 업무를 수행하는 농협과 농업기술센터, 퇴비제조사업장 등의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흙 해설사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민국 흙의 날’ 제정과 관련,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면

“먼저 시급한 당면 과제로 우리나라 건강한 흙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은 물론 연구자, 농자재판매자, 정책입안자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되는 건강한 흙의 법적기준 설정이 시급하다. 적정한 범위의 물리성과 화학성을 보유한 흙은 식량안보 확보와 함께 맑은 물 보전, 생물서식지 보전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흙이 많아야 살기 좋은 국토가 된다. 두 번째로, 자격을 갖춘 비료취급자를 양성해야 한다.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 말자’라는 광고 표어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비료도 잘못 사용하면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환경도 오염시킬 수 있다. 비료사업자들도 흙의 건강을 유념하면서 판매를 해야 한다. 자격을 갖춘 비료사업자를 양성시키는 것은 농업인들의 생산비 절감은 물론, 국토 건전성 확보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오는 3월11일 대한민국 흙의 날 학술심포지엄에서는 농업·임업·환경 분야에서 흙 가꾸기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많은 분들의 참여로 ‘흙’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나누는 자리기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학회장으로서 학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국토양비료학회는 국민들이 흙의 소중함을 널리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토양을 기반으로 한 농자재 산업, 계측제어 산업의 발전에도 힘써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018년 한국토양비료학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실력 있고, 훌륭하신 토양학 선배들의 경험과 지식은 우리나라 토양학의 큰 자산이다. 학회는 선배들의 이러한 경험과 기록들을 채록하여 후배들이 계승·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학회 회원들이 자부심을 갖을 수 있도록 학술지의 등급격상에도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무대에서도 한국토양비료학회의 위상이 제고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에도 강화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회회원들과의 내부협력은 물론 외부와도 소통과 실행에 힘쓰도록 노력하겠다.”

▲이덕배 (사)한국토양비료학회장 약력
1983 전북대 졸업
1999 일본 에히메대 농학박사학위 취득
1986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2005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다원기능평가팀장
기후변화생태과장,토양비료과장(재직 중)
1996, 2014 한국토양비료학회, 한국기후변화학회 최우수논문상
2009 대통령근정포장
2010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
2010, 2011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6차,17차 당사국총회 (UNFCCC COP 16, 17) 우리나라 농업대표
2013 ‘14년 제20차 세계토양학대회(20WCSS)준비위원
2016 (사)한국토양비료학회장
저서 : 흙을 가꾸는 마음. 문영당 2015 토양비료 연구 최근 50년 이야기. 농촌진흥청. 2014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of tidal area.ICID.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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