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일지 모르나, 작품 속 신체는 단순한 심미적 대상으로서가 아닌 해부학적 접근법에 의해 파편화되고 변형된 모습을 보여준다. 가시적인 외부의 신체와 비가시적인 내부의 신체는 작품 속에서 뒤섞이게 되며 결국 경계가 없어진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신체의 '경계 허물기'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뿐 아니라 안과 밖의 경계ㆍ남성과 여성의 경계ㆍ삶과 죽음의 경계 등 테두리를 가진 모든것을 융화시키는 행위로 발전한다.
작품에서 가장 큰 조형적 특징은 신체의 부분들을 해체하여 그 이미지를 은유ㆍ환유하고, 다시 새로운 이미지로 병치시키는 과정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체가 가지는 주관적인 소재의 특징을 희석시켜준다.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신체가 일차원적으로 보이는 것을 막아주었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이미지의 단순화와 반복으로 신체가 가진 기능적 측면보다는 상징적인 측면만을 남겼다.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추상적 이미지를 선사하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신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구상적인 측면또한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묘한 형식주의는 파편화된 신체와 만나 불편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개인적인 정체성의 표현에서 시작한 나의 작품은 더 나아가 타자와 집단,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새 지형도를 그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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