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부터 박근혜 정부까지…경제위기 불러온 '금융권력'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6.03.04 13:40

[따끈따끈 새책] '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정치권력은 어떻게 한국 금융을 지배했는가

"은행장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지방 점포 순시한다는 핑계를 대고 선거판을 헤집고 다녔지요. 돈 봉투 전달하려고요. 그걸 행장들이 왜 했겠어요? 시켜서 한 일들이에요. 목숨 부지하려고요."

31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마친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자신을 위한 환송 만찬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80위라고 평가했는데,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이 화근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맛보고 구조조정 한파로 동료들을 떠나보낸 그였지만, 가장 언성이 높아진 부분은 정권의 횡포를 이야기할 때였다.

신간 '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의 저자 윤재섭은 한국 정치권력의 잘못된 금융지배가 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박정희 정권 출범 직전 군정(軍政)에 의한 1962년 증권파동사건, 전두환 정권 시절의 각종 권력형 금융비리,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10여 년간 금융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정치권력이 금융시장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하려했고 능력 없는 인사들을 금융기관 및 금융당국의 수장에 앉히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또 표심을 얻기 위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할 가격에 개입, 시장을 어지럽혔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정치권력의 외압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원칙을 세우고, 능력 있는 금융전문가 손에 시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각별한 관심도 촉구한다. 누가 금융기관 수장에 오르는지, 금융당국이 어떤 금융정책을 내세우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 말미에는 한국 금융 산업을 이끌어온 금융리더 5인-김석동(전 금융위원장), 김정태(하나금융지주 회장), 신창재(교보생명그룹 회장), 박현주(미래에셋 회장), 진웅섭(금융감독원장)-의 삶과 철학을 소개하고 미래 한국 금융 산업의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 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윤재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60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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