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고급 아파트 학부모들 "우리 애 반은 따로…"

머니투데이 이은정 기자 | 2016.03.06 13:57

임대아파트 친구들엔 "휴거"… 부모의 편견에 아이들까지 빈부 차별

편집자주 |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김현정 디자이너
경기도 일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일산 외곽이어서 동네 분위기는 조용하고 오래된 아파트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사는 아파트는 달랐습니다.

2년 전 입주가 시작된 고급 브랜드 아파트로, 입구부터 유리문으로 철통보안이 돼 있었습니다. 문 안으로 보이는 여러개 동의 초고층 아파트는 마치 요새 같았습니다.

친구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 다음 달 근처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예비 학부모들이 초등학교에 하나의 반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아파트 이름을 따서 말이죠. 급이 다르니 다른 아이들과는 섞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너희 집은 몇 평이니?” 요즘 학교에선 친구들끼리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만났던 12살 여학생은 같은 반에 있는 한 친구한테 유독 기가 죽는다고 했는데요. 이유가 “그 친구 집이 우리 집보다 커서” 랍니다.

아이의 대답에 참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친구의 얘기를 듣다 보니 아이들의 이런 편견, 시각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이들의 빈부 차별에 대해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습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놀릴 때 ‘휴거’라는 말을 쓴다는 건데요. 이 말은 국민임대아파트 브랜드명과 거지를 합친 ‘휴XXX 거지’의 줄임말이라고.

글을 쓴 학부모는 선생님들도 같은 아파트의 평수로 우열을 가리며 차별에 한몫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실제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임대세대 아이들은 놀이터 이용을 금지한다는 공고문을 붙여 논란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선 자녀가 친구들에게 상처 받을까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할지, 더 좋은 차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의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비슷한 경험담을 공유하며 이런 현상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애들이 따지는 게 아니라 부모가 따지는 겁니다. 몇 단지 애들이랑 놀지 말라는 식으로요.”

아이 앞에서 부부가 남의 집을 경제적으로 비교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잘못이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 집을 다녀오면 “그 집은 넓니? 부모님은 뭐하시니?”라고 물어보는 부모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사람마다 가진 부와 능력,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남과 비교하는 것보단 자신의 미래나 행복에 신경 쓰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를 사귀는데 집이 얼마나 큰지가 왜 중요한 걸까요. 왜곡된 가치관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잘못된 편견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더 살기 힘든 세상을 물려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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