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적 개선과 동부그룹 구조조정 마무리 등으로 매각 필요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채권단 내에서는 여전히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9일 전자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 주채권은행 KDB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 매각을 재검토해 5월 중 결론 낼 예정이다.
현재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이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매각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1년째 매각 작업이 중단된 데다 경영환경도 달라진 만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손볼 때 매각 여부도 함께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금융당국은 채권단과 함께 4월에 주채무계열(금융권 총여신의 0.075% 이상 차지하는 대기업집단)을 선정하고 이들 중 재무구조개선 대상을 심사해 5월 말까지 약정을 체결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내용을 조정할 때 동부하이텍 매각 계획을 그대로 둘지 제외할지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6666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순이익도 1267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냈다.
발목을 잡아왔던 부채 부담도 상당 부분 덜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같은 조건으로 내주는 대출) 등 부채 규모는 5965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600억원 줄었고, 한때 연 11%를 넘어서던 이자율은 5%(원화 부채 기준) 정도로 낮아졌다.
올해 2700억원가량이 만기가 돌아오지만 최근 실적 흐름을 감안할 때 일부 만기 연장을 포함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자체 재무구조 상 위험이 없는 데다 그룹 구조조정도 사실상 끝나서 매각의 당위성은 약화 됐다는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하이텍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서 남아 있는 대주주 지분은 19% 정도"라며 "이를 매각하더라도 동부하이텍의 계열사 지분(동부대우전자 등)을 되사오는 과정을 거치면 실제 현금 유입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내에 동부그룹 전담팀도 최근 조직개편에서 없어졌다. 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줄줄이 계열분리 되면서 동부계열 관련 업무는 전자와 통신계열을 담당하는 팀으로 넘어갔다.
다만 동부하이텍 매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매각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동부하이텍은 2014년 4월 매각안내서를 발송한 후 1년 가까이 매수자를 찾았지만 자금력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인수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2015년 3월 이후 별다른 매각작업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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