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 어느새 500만 "월세로 허리휘는데 지원은 3~4인 가구에게만"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6.03.03 05:29

[1인 가구 500만 시대-①]1인 가구도 주거 약자, 맞춤형 지원책 나와야

편집자주 | 지난해 연말 기준 혼자 사는 가구는 전국적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현 추세라면 오는 2035년에는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싱글족'일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거지원 정책은 신혼부부나 3~4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1인 가구의 주거불안 실태와 해소 방안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입구에는 학생, 직장인 등 인근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즐겨 찾는 테이크아웃 음식점, 생활용품점, 휘트니스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사진=신희은 기자.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씨(32)는 관악구 대학동에 산다. 출근이 그나마 가깝고 집값이 싼 동네를 찾아 들어왔다.

한때 '고시촌'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대학동은 내년 사법고시 폐지를 앞두고 옛 명성을 잃었다. 빈틈없이 들어찼던 학원가와 원룸, 고시원은 공실이 넘쳐난다.

고시생이 떠난 자리는 박씨처럼 집값이 비교적 싼 곳을 찾아온 젊은 직장인들이 메우고 있다. 지하철 신림역 역세권 원룸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80만원이라면,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인 대학동엔 월세 30만~60만원에 방을 구할 수 있다.

박씨는 "고시생들이 즐겨 먹던 싸고 양 많은 밥집이 근처에 즐비하고 1000원 생활용품점, 빨래방 등 필요한 건 다 있다"며 "치안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월세가 문제다. 그는 "혼자 사는 사람에겐 뭐니뭐니해도 집값이 부담인데 부엌 딸린 작은 거실과 방 하나가 있는 집이 최소 월 50만원이라 버겁다"고 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이 살아 이른바 '선수촌'으로 불렸던 강남구 논현1동은 최근 혼자 사는 젊은층에게 각광 받는 주거지로 떠올랐다.

기존 거주자들의 수요와 구매력이 기반한 각종 편의시설이 1인 가구의 선호와 맞아 떨어져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논현 1동에선 맛집 음식 배달이나 생활에 필요한 자잘한 물품까지 심부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규모 렌털숍, '1인 고깃집', '1인 노래방' 등 싱글족에 특화된 상업시설이 즐비하다.

다만 지하철 논현역 역세권으로 집값이 웬만한 직장인 월급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인근 도시형생활주택은 월세가 80만~100만원대에 육박할 정도다.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혼자 사는 '싱글족'으로 지금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1인 가구가 두 집 건너 한 집으로 일반화된 주거형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미 서울시에는 1인 가구가 전체의 50%를 웃도는 동이 많다. 2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강남구(논현1동, 역삼1동), 관악구(낙성대동, 대학동, 서림동, 신림동, 청룡동), 광진구(화양동), 동대문구(회기동), 마포구(대흥동, 서교동), 서대문구(신촌동) 등이 일찌감치 1인 가구 우위에 접어들었다.


관악구는 남성, 강남구는 여성 1인 가구가 많이 산다. 관악구의 경우 도심 접근성이 좋고 저렴한 다가구 주택이 많아 지방에서 유학 온 학생이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젊은층이 선호한다. 강남구는 상대적으로 비싼 다가구·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이 발달했지만 직장이 가깝고 생활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 인기다.

젊은층 1인 가구는 특히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역세권을 선호하지만 치솟는 전·월세로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고민으로 10명 중 6명 이상이 '경제 관련 문제'(61.4%)를 꼽았다. 건강(26.2%), 노후 생활(25.8%), 자기계발(17.9%) 등은 집값 걱정보단 뒤로 밀렸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1인 가구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1인 가구가 뚜렷한 거주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데도 주택정책이 3~4인 가구나 신혼부부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 1인 가구는 신규분양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국민주택기금,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지원에서 우선순위에 들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인 가구를 위해 민간에서 공급하는 도시형생활주택도 높은 전·월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시형생활주택은 비싼 월세로 디벨로퍼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경제적 문제에 직면한 사회적 약자인 1인 가구들을 위한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1인 가구를 지원하는 것이 저출산 시대에 반하는 정책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직장이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지원이 꼭 필요한 대상"이라며 "1인 가구가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형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리모델링 지원을 강화하거나 1인 가구 밀집지역에 대한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 여성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지역은 치안을 위해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등 맞춤형 대책도 필요하다.

수요자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최근 졸업생들로 이뤄진 협동조합 '큰바위얼굴'의 지원으로 대학생 8명이 각자 보증금 300만원·월세 20만원을 부담하고 138.6㎡의 아파트에 같이 사는 공동주거 실험 '모두의 아파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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