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역설...호황 맞은 제주의 '명과 암'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6.03.05 06:01

고용·생산·소비, 전국 최고 수준…땅값 및 가계대출 급등·질 낮은 고용은 '그림자'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고용, 소비, 생산 모두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땅값 급등, 질 낮은 고용 등이 그것이다.
◇일자리·생산·소비↑, 사람도 몰리는 제주
제주 경제는 '전성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의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6.1%, 7.3%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탓에 전국적으로 내수 불황이었던 것과 상반된다.

경기가 좋다 보니 일자리 사정도 좋다. 지난해 하반기 시·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 서귀포시와 제주시 고용률은 각각 72.0%, 65.9%로 시 지역 중 1위, 3위에 올랐다. 시 지역 평균 고용률은 58.6% 수준이다.

사람들도 몰려 든다. 지난해 제주에 새로 둥지를 튼 사람은 1만4257명으로 전년 대비 28.3% 증가했다. 제주 순유입 인구는 경기도와 세종시에 이어 많았다. 2010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제주 인구는 최근 5년 사이 4만명 증가해 65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 16개 지역본부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역시 제주의 호경기를 뒷받침한다. 올해 1~2월 제주는 생산·소비·건설투자·설비투자·수출 모두 나홀로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은 올해 제주 경제성장률을 전체 성장률(3.0%)보다 높은 4.9%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의 경기 호황은 관광객 증가, 부동산 투자, 이주 열풍 등이 이끌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어 관광사업자들의 소득이 늘고 인구와 부동산 투자 증가로 건설 경기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학교 입학, 까페·펜션 창업 등 교육과 직업 등의 목적으로 이주민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 제주지역은 맑은 날씨를 보인 가운데 눈 쌓인 한라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2016.3.1/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땅값 급등…빚 내서 집 사는 도민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먼저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건설업이 경기를 살리긴 했지만 제주 신공항 건설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주민 증가로 땅값이 올라 제주 토박이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졌다.


제주 전체 지역의 지난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9.35% 뛰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서귀포시의 공시지가 상승률(19.63%)은 전체 시·군·구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제주 지역 주택 평균매매가격는 1억8887만원으로 1년 전보다 33.2% 급등했다. 전국 평균(5.1%)보다 6배 높은 오름세다.

반면 지역소득을 의미하는 1인당 GDRP(지역내총생산)는 2014년 전국에서 5번째로 낮게 조사되는 등 매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제주 지역 가계대출 규모 역시 전년 대비 31.3% 늘어난 8조1535억원으로 전국 평균 증가율(8.9%)보다 훨씬 높았다. 제주의 성장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소득 수준에 비해 지대 상승이 과도하고 주택을 사더라도 빚을 내야 하는 도민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좌광일 제주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제주의 부동산 가격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율도 가장 높아 서민들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거품이 꺼졌을 때 부메랑이 도민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18일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 허가를 받은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에 짓고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 휴양 콘도미니엄 현장. 헬스케어타운 콘도미니엄은 지난 2008년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을 투입해 400실 규모로 짓고 있다.중국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 토평동에 '녹지국제병원'을 건설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2015.12.18./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명 중 1명 임시·일용직…"지역 내에서 소득 순환해야"
질 낮은 고용도 제주 경제의 '빨간불'이다. 지난해 하반기 제주시의 임시·일용 근로자 비중은 26.3%로 조사 대상인 155개 시·군 중 네 번째로 높았다. 서귀포시 역시 23.2%로 임금 근로자 4명 중 1명이 임시·일용직이었다. 관광업과 부동산업 성장의 배경에 단기 일자리 증가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질 좋은 일자리 확보, 임금 수준 향상 등 제주의 경제 체력을 키우려면 성장에 따른 과실이 도민에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신화역사공원 건설 현장에 5000명의 채용 인원 중 4000명을 도민으로 우선 고용하는 게 한 예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경제산업연구부장은 "제주는 외부자본을 유치해 성장해왔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자본이 제주 경제에 참여하는 등 제주 내에서 소득이 순환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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