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만이 능사? 입사후 이직고민 하지 않으려면…

머니투데이 김지예 잡플래닛 COO | 2016.02.26 11:00

[나만 모른 그 회사이야기] ⑦

대학에서 취업 관련 특강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허하게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대략적으로라도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설계하고 취업을 시작하라"는 말이다.

메시지 자체는 가치가 있다. 취업 활동과 입사 후 업무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을 때 끈임 없는 동기부여가 가능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 재수생 숫자는 쌓여가고 기업의 신입 채용 규모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는 그냥 ‘좋은 이야기' 정도에 불과하다. 당장 취업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커리어 패스니 비전이니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지원할 기업의 비전과 인재상을 조사하는게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취업, 그 자체가 유일한 목표가 된 상황이다.

이 칼럼의 목적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커리어 패스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와 직무가 아니라서 신입사원의 30%가 1년도 그 회사를 못다니고 취업 재수생이 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사실 이 글의 목적이다. 그러려면 취준생들이 자신이 지원하려는 기업에서 자신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직장선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안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선명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하면서 꾸준히 승진만 할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 내가 가진 기준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최소한 입사 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알아두면 각오를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

희망하는 회사에서 나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추측해보려면 그 회사가 ‘직무순환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희망에 따라 부서 이동이 얼마나 가능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직무순환제도의 유무는 회사가 어떤 인재를 추구하는지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자기소개서에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쓸 때에도 중요한 팁이 된다.

직무순환제도란 말 그대로 몇년에 한번씩 직무를 순환하며 근무하도록 설계된 구조를 말한다. 재무, 영업 등 큰 단위의 조직 내에서 세부 직무를 순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공사에서 영업 지원 업무를 보는 9년 차 현직자는 이 팀에 오기 전에는 인사팀에서 일했고, 그 전에는 경영기획 업무를 했었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라 직무 이동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긴 하지만, 직무로만 본다면 완전히 다른 일들을 해온 셈이다.

직무순환제도가 있는 기업들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직무순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공기업들도 직무순환제도가 많은 편인데, 공기업 자체가 특정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산업을 이해하는데 핵심이 되는 직무로 신입 사원을 선발하여 5년 차 전후로 직무 이동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은행권이다.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행원으로 입사하여 지점에서 2~3년 간 근무한 후 이동한 경우다. 롯데그룹 유통사들 역시 영업 관리직을 많이 뽑지만 그 중 일부는 몇년 후 다른 직무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이 직무순환제도를 가지고 있다면, 기업의 인재상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는 것이 좋다. 관련 경력이 없는 점을 방어하기 위해 특정 직무에 대해 너무 강한 선호를 들어내는 것은, 자칫 우리 회사에 맞지 않는 지원자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반면 특정 직무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고 그 직무에 대한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하는 인재 육성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도 있는데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이 그렇다. 채용 공고부터 충실한 직무 소개와 직무별 자격 조건이 제공된다. 주니어 시절에는 직무 범위 안에서 다양한 업무들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경력이 쌓일 수록 본인의 전문 영역이 매우 구체적으로 특정된다. 다만, 사내에 경력직 채용 기회가 생기게 되면 기존 직원들에게 먼저 공개하여 적임자를 찾는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이런 기회에 직무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이런 인재 운용 전략을 가진 곳들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본인이 지원한 직무와 연수 후 결정된 사업부를 바꾸는 것이 이직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직무 특화형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들은 직무에 대한 높은 이해를 요구하고 성과 지향성이 강한 편이다. 또 면접 과정에서 왜 이 직무를 지원하는지 깊이 있게 묻는 경향을 보이므로 이에 대한 진심어린 준비가 필요하다.

하고 싶은건 있는데 그 뒤로는 잘 모르겠거나 커리어 패스를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채용 전후 과정에서 개인의 커리어와 회사의 비전을 맞춰가는 프로그램을 갖춘 기업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티몬의 경우 작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대규모 신입 MD 공채를 진행했는데, 입사 후 8개월 간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돼있다.

에이스프로젝트의 창조직무 채용도 주목할 만하다. 에이스프로젝트에 없는 직무라 해도 자신이 경쟁력 있고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자리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커리어 패스와 에이스프로젝트의 비전을 깊게 고민할 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은 채용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총괄이사(COO)는… 2013년 황희승, 윤신근 공동대표와 함께 잡플래닛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이전에는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서비스 그루폰의 한국지사에서 COO로 재직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