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잊은 野 필리버스터…與 '테러방지법안' 뜯어보니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6.02.24 17:41

[the300]국정원이 개인정보 수집·추적·조사 가능, 감청 '영장주의' 삭제…'테러위험인물' 모호해 권한남용 우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발언으로 국회의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뉴스1
총선을 불과 50일 앞둔 24일 야당이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47년만에 꺼내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테러방지법안이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안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발생 이후 정부안으로 국회에 최초로 발의됐으나 국정원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해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회 각계의 우려로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후 15년 가까이 논의가 미진하다가 지난해 말 파리 테러와 올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정부·여당이 테러방지법을 '쟁점법안'으로 상정하며 급물살을 탔다.

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상정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테러방지법)'은 국가 대테러활동 수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목적을 띠고 있으나 야당은 '국정원 강화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여야간 가장 큰 쟁점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수집권과 추적권, 조사권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한 감청 △국정원에 대한 통제장치 등이다.

테러방지법안 제9조 1항은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하되, 이는 '출입국관리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FIU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절차에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부칙'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토록 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금융거래정보를 국정원장에 제공토록 했다. 또한 대테러활동에 필요 시 영장 없이 감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법안 제9조 3항은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민감정보'를 포함해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업체에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4항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3일 "국정원에 정보수집권을 주는 것도 모자라 추적권, 조사권까지 주는 것은 대테러센터를 형해화하고 국정원장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이라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더욱 큰 문제는 '테러위험인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법안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테러단체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규정했다. '의심할 상당한 이유'의 판단 주체와 기준이 미비해 국정원이 자의로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24일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첫번째 토론자로 나서 발언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정보인권연구소의 이은우 변호사는 "보통 '테러위험인물' 하면 IS대원이나 북한 공작원을 생각하는데 법안에서는 '테러 예비 음모'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해 국가의 권한행사를 반대하는 집회 등을 모두 테러로 규정할 수 있다"며 "국정원은 현행법에서 국외정보와 간첩 정보, 북한 관련 정보만 수집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법원의 허락 없이 민간의 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하고 개인에 통지할 의무도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한마디로 테러 방지를 위해 국정원에 모든 권한을 열어주고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통비법 영장주의 등 적법절차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9.11 이후 제정한 법도 이처럼 영장주의를 무시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유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정부·여당에서는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국정원이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는 부분만 빼면 바로 통과될 수 있다"며 "그동안 테러라는 막연한 공포는 늘 존재해왔고 현행법에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조항이 망라돼있는데 현재의 국가시스템을 무시하고 굳이 국정원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도록 법을 새로 만드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에 보완장치를 포함했다고 맞서고 있다. 법안은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 산하로 했으며 테러대책위원회에 인권보호관 1명을 두고 관련 공무원이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달았다.

그러나 국정원이 정보수집권과 조사권, 추적권을 모두 갖는 상황에서 대테러센터는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인권보호관의 수도 부족하고 권한과 지위가 불명확해 국정원을 견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대테러활동은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선제적으로 활동하는 것인데 기존 법은 사건 발생 후 후속적 대응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며 "다만 미국은 9.11 이후 만든 법에서 중앙정보국(CIA)이 주체가 되지 않고 별도 기관인 국토안보부(DHS)를 신설해 국가정보국(DNI)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뒀다. 국정원이 권한을 쥐고 있는 우리 여당안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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