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청계천 원조 보쌈집…전국으로 퍼진 '위대한 유산'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6.02.25 03:30

[장수프랜차이즈의 힘]원할머니 보쌈·족발-원조 맛집 노하우 가맹사업에도 그대로 반영…가맹점주 절반 10년이상 장수 운영

(왼쪽부터)서울 중구 황학동 원조 할머니 보쌈집, 성동구 성수동 원할머니 보쌈·족발 매장 전경/사진=원앤원
1975년 서울 청계천 5가 황학동의 한 보쌈집. 간판도 없는 식당에 식사시간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섰다. 처음엔 다양한 종류의 한정식을 내놨지만 보쌈을 찾는 손님이 늘면서 몇 년 뒤부터는 보쌈만 팔았다. 사람들은 청계천 명물인 이 식당을 '할머니 보쌈집'이라고 불렀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보쌈집으로 성장한 '원할머니 보쌈·족발'의 전신이다.

원할머니 보쌈·족발 창업주는 의외로 원씨가 아니다. 고(故) 김보배 여사다. 할머니 보쌈집이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상호를 도용한 식당이 여기저기 들어서자 김 여사 사위인 박천희 원앤원 대표이사가 원조 할머니 보쌈집이라는 의미로 '원할머니보쌈'이라는 상호를 만들어 등록했다.

박 대표는 1980년대 중반 당시, 국내 대표 철강 기업이던 삼미에 다녔다. 퇴근 후 장모가 혼자 운영하던 보쌈집 일을 돕다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가게를 물려받았다. "비법을 전수받고 싶다", "가맹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빗발 쳤지만 박 대표가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1년이다. 황학동 맛집의 보쌈 맛을 가맹점에서도 똑같이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40년 전통 원조 맛집 자존심…가맹사업 경영철학도 '맛'=원할머니 보쌈·족발이 25년간 가맹사업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고기와 김치 맛이다. 40년 전통 청계천 맛집에서 출발한 외식 브랜드답게 모든 가맹점에서 황학동 본점의 아삭한 보쌈김치를 내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허를 취득한 '양파형 보쌈김치 제조방법'과 '무김치 제조방법'이 그 결과물이다. 수일간 김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특수포장용기를 개발하고, 모든 김치 배송차량 위치와 식재료 온도를 실시간 점검하는 운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맛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충남 천안 본사에 프랜차이즈 업계 최대 규모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춘 식품공장을 세웠다. 식자재 가공과 제조, 물류, 유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완성되면서 식재료 품질은 물론 원가 경쟁력까지 높아졌다.

원앤원 관계자는 "보쌈과 족발의 복잡한 요리과정을 표준화해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기를 어느 정도 불에서 몇 분을 삶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로 잘라야 하는 지, 손님상에 내놨을 때 몇 도가 돼야 하는지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깐깐한 개설 심사, 철저한 사후 관리…가맹점 안정적 수익=원할머니 보쌈·족발은 가맹점 관리가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개설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원하는 곳에 가맹점을 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선 기존 가맹점과 상권이 겹치지 않으면서 본사의 예상 매출 도출 시스템을 통과해야 신규 점포 개설이 가능하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전국 가맹점 수가 243개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점포 수를 늘리는 대신 가맹점이 신뢰하고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맹점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2004년까지는 충청 이북지역으로 가맹점 확장을 제한했다. 김치 숙성을 늦추는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는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영·호남권에 가맹점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99㎡ (30평) 기준 가맹점 개설 비용은 △인테리어 4500만원 △주방기기 1608만원 △가입비 500만원 △교육비 500만원 등 약 1억원 안팎(점포 임차비용 제외)이다. 전국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4억4881만원이다. 월매출로 환산하면 3740만원. 지역별 연매출은 대구가 6억3721만원으로 가장 높고 △전남(6억46만원) △전북(5억4508만원) △광주(5억431만원) △경남(4억8289만원) △서울(4억8230만원) 등 순이다.

◇가맹점 상생소통 '최고'…가맹점주 절반 10년 이상 장수운영=원할머니 보쌈·족발의 또 다른 강점은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과 상생 전략이다. 본사가 운영하는 성공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예비 창업자들은 경영입문부터 조리·서비스, 매장운영, 실전창업 전 과정을 교육받을 수 있다. 가맹점 개설 이후에도 주기적인 현장 점검, 서비스 교육 등 1대 1 맞춤 컨설팅을 진행한다.

본사와 가맹점간 상생 소통 노력도 눈에 띈다. 원할머니 보쌈·족발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월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 모바일 배달앱의 요일별 할인 행사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원할머니 보쌈·족발의 가맹점주 중 10년 이상 장수 점주가 유독 많은 것도 이 같은 신뢰 관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원할머니 보쌈·족발 전국 매장 243개 중 10년 이상 운영 중인 매장은 110개로 절반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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