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체 총회를 열고 120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정자산(설비투자 등 )과 재고자산(완제품 및 원부자재 등)의 피해액은 총 8152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실태조사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3개 업체를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비대위에 따르면 입주기업의 고정자산 피해 규모는 5688억원(시가 기준),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 재고자산 피해규모는 2464억원으로 파악됐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고정자산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남북경협보험의 보장액은 2630억원에 그쳐 피해액의 절반을 밑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44개사는 경협보험에 미가입했고 이 중 14개 업체는 2013년 공단 중단 때 받았던 보험금을 환급하지 못해 가입을 거절당했다.
재고자산 피해를 보상하는 교역보험의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가입률은 '제로'다. 비대위측은 "수출입은행이 교역보험의 복잡성과 이를 다룰 전문가 등이 없다는 이유로 가입 신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고정자산과 재고자산 말고도 공단 중단에 따라 납품을 하지 못한 탓에 원청업체로부터 걸려 올 클레임으로 물어줘야 할 피해액과 무형의 자산인 영업관련 손실이 빠진 것"이라며 "이를 포함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불안정성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업체도 다수다. 비대위 조사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평균 연간 영업이익 5억원 미만 업체는 56개사로 절반에 가깝고 21개 업체는 영업손실을 입고 있다. 또 49개 업체는 개성공단 공장의 생산비중이 100%여서 공단 폐쇄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의 전면 가동 중단 조치가 결정타로 작용해 부도에 직면한 기업이 적지 않다"며 "보상과 지원방안을 신속히 실행하지 않으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 손배소 승소 확률 낮아…특별법 제정해야"= 이날 비대위 전체 총회에 참석한 이수현 세종법무법인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손실보상 청구소송을 진행해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수현 변호사는 "천안함 사태 이후 5.24조치로 피해를 입은 남북경협 기업 3~4곳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으나 법원이 이를 고도의 정치행위에 속한 국가의 정당한 권한이란 취지로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해도 손실이 생기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손실보상의 경우도 역시 5.24 조치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소송을 진행했으나 대법원은 지급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입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 사후적으로라도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과 손실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청업체의 클레임에 대해선 입주기업의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입주기업 입장에선 불가항력적이고 일종의 천재지변이므로 고의성이 없었던 것"이라며 "원청업체의 클레임 대상은 정부이므로 입주기업의 (원청업체 손실을 물어줄) 법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정부에 투자금액 손실에 대한 90% 보장, 원부자재와 완제품에 대한 피해보전, 개성공단 주재원과 근로자의 생계 유지와 고용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 왔다"며 "일부 극소수 기업이 직원들에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얘기를 듣고 비대위 차원에서 아무리 경영이 어렵더라도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 근로자와 함께 가야 한다는 공식 공문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근로자 지원 방안은 지금처럼 함께 논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