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외인 자금 이탈..금리 인하 지연될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6.02.22 16:58

외인, 올 들어 원화표시채권 6조 '매도'..원화 약세 부추겨

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앞두고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원화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원화 표시 채권을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다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 기준 금리 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채권시장 외인 자금 이탈 지속..주식시장은 진정=22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9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약 6조원이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만 5조5000억원이 급격히 빠졌다. 지난 2일에 만기가 돌아온 2조3000억원 가량이 원활하게 재투자되지 않았고, 이외에도 약 3조2000억원 가량을 순매도 한 셈이다.

외국인의 채권 시장 이탈은 원화 약세 때문으로 지목된다. 원/달러는 지난 19일 1230원대를 돌파하며 5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최근 1년 이하 단기물 중심으로 매도가 집중됐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고 있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3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한달 정도 시간이 있어 외국인들이 변동성을 무릅쓰고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안정되고 있다. 그동안 '팔자' 행진이 지속돼 온 데다 코스피지수가 1800~1900대에서 움직이면서 거액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8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8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일 평균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에도 못미쳐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섣불리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를 낙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수출업종에 대해 관심을 가질만 하다"라고 말했다.


◇외인 채권 매도, 원화 약세 부추겨=문제는 외국인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원화를 대량 매도하면 원화 약세가 더욱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하 시기를 미룰 수 있다. 실제로 외국계 큰손인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은 지난 설 연휴를 전후해 대량으로 원화 표시 채권을 팔아치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급격한 원화 약세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도 1234.4원으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채권 자금 이탈 우려에 더해 3월 금통위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예정돼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며 "한국은행은 3월보다는 4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달 말까지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도래 규모는 미미하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부담이지만 정책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을 고려할 때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시장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정도까지 하향 안정이 되기 전까지 통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며 "채권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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