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심장, 이성의 머리'…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6.02.20 03:20

[히스무비] '스포트라이트'…카톨릭 교회의 숨겨진 비밀 파헤치는 열혈 기자들의 진실 찾기

이 영화는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발달하고, 유행의 요소가 달라져도 기자는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밝히는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세상이 아무리 기만의 기술과 권력의 사슬, 자본의 논리에 이끌려 간다 하더라도 분노의 심장과 이성의 머리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의지는 언론의 ‘통일된’ 분위기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언론의 전형이다.

‘타임’지 출신의 유대인 편집국장이 어느 날 새로 부임하자, 그간 안일하고 나태한 분위기가 순간 바뀐다. ‘종교 문제는 건드리면 안된다’는 불문율도 무의식 속에 결속된 기자 정신 앞에 속속 무너진다. 3년 전 이미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에 대한 제보를 받고도 그냥 넘겼던 기자들은 편집국장의 강력한 의지로 다시 이 문제를 깊이 다루기 시작한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교회 문제를 언론이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전쟁 선포’와 다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편집국과 경영진의 마찰은 없을까. 편집국장이 사장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교회를 다뤄야겠습니다.” 사장은 “우리 독자의 50% 이상이 가톨릭 신자들입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고 되묻는다. 편집국장은 “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싶어 할 겁니다”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사장의 동의, 편집국장의 의지가 맞물린 취재 열의는 로비(마이클 키튼) 팀장을 주축으로 한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취재 과정은 언론엔 익숙하지만,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우선 사건이 시작된 시점부터 쏟아진 모든 기사를 뒤져 연루된 관계자(변호사, 학자 등)를 확보하고, 중요한 제보자와 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일선 기자들은 현장을 뛰고, 팀장은 거물급 인사를 만나 고급 정보를 확보한다.


13명으로 알려진 성추행 신부들이 90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수록 선후배 간 팀워크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관록의 기자와 열혈 기자 사이의 ‘충돌’도 있다. 열혈 기자는 확보한 추기경과 관련된 증거 하나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록의 기자는 “한 번의 기사가 주는 충격은 그것으로 끝날 뿐”이라며 더 큰 그림을 보자고 만류한다. 편집국장은 이 혼선에서 “개별 사건보다 시스템을 봐야 한다”며 속보가 아닌 기획을 주문한다.

3년 전 방관했던 이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서로 네 탓을 얘기하자, 편집국장은 이 같은 발언으로 ‘기자의 현재’가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어둠 속에서 살면 넘어지고 탈이 날 때가 많다. 그러나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론도 많은 변화의 요구를 받지만, 정작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영화는 ‘우직하게’ 조명한다. 지난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이 스캔들 기사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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