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달도 희고 눈도 희어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6.02.18 08:07

<150> ‘천지백天地白’ 고광헌(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어릴 적 겨울이면 엄마 따라 밤마실을 다녔다. 달이 뜨고 밤길걷기 수월해지면 혼자 사시는 아짐네 집으로 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들곤 했다. 옛이야기부터 귀신 이야기까지 밤 깊도록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이어지곤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무서웠다. 뽀드득뽀드득 발자국 소리와 가뿐 숨소리가 달도 희고 눈도 희어 고요한 천지를 뒤흔들 때면 밤기운이 쨍그렁 깨질 것처럼 팽팽해지곤 했다. 내가 읽은 한겨울 밤 풍경의 절창이었다.

그런 밤을 시인은 한수 더 나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과 남도 소금밭으로 재현해 냈다. 대비되는 역발상의 환기성이 강렬하다. 달밤의 절창을 또 한 편 읽는 날이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김호중 간 유흥주점은 '텐프로'…대리운전은 '의전 서비스'
  4. 4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