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16일(현지시간) 대형은행들이 미국 경제에 핵폭탄급 위협을 주고 있다며 이들 은행들을 분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새로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로 취임한 카시카리는 첫 공개 연설에서 대형은행들이 여전히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인 카시카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핵심 설계자였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7000억달러(약 855조4000억원)에 이르는 구제금융 집행의 책임자였던 그가 2010년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법인 도드프랭크법 등 향후 대형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규제가 충분치 않다며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규제 기관들이 대형은행들을 분할하는 안과 함께 대형은행들이 망할 수 없게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도록 강제해서 '공적 기구'로 만드는 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대출 등 레버리지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어디든지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적 위험 요소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시카리는 미니애폴리스 연은에서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형은행들의 실수를 줄이고 금융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말까지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할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또 "의회가 대형은행들의 대마불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을 더 강력하게 전환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면서 의회의 적극적인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형은행들 역시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쓰거나 경제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해선 안된다고 했다. 대형은행들의 실수를 원자로 중심부인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에 비유하며 "정부는 원자로 통제불능이 되기 전에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카시카리의 발언은 올해 미국 대선주자들이 또 한번의 2008년 월가 대형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을 위협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거대은행금지법'(Too Big to Exist Act)을 만들고 금융거래세를 신설해 월가 대형은행들의 해체를 유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카시카리가 제안할 연은 차원의 권고안이 미 의회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시카리의 주장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최근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11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지난 7년간 FRB가 취한 조치는 더 강하고 자본이 풍부한 은행 시스템을 만드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형은행들에 대한 규제 노력이 충분히 효과적이었다고 평한 것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1월 '제2의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구제금융 사태'를 막기 위한 새로운 금융개혁 규정을 마련했다.
그동안 대출 규정이 약하다는 미국 의회의 지적에 따라 연준은 이날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 대출 프로그램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규정을 승인한 것이다.
이는 도드프랭크법의 일환으로, 앞으로 연준은 개별 기업을 회생시킬 수 없고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긴급 자금만 대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최소 5개 금융기관이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도록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폭넓게 설계해야 한다.
또 연준은 90일 이내에 '명백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기업은 파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긴급 대출 프로그램에서 제외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담보도 충분히 받아놔야 한다. 상황에 따라 대출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출 만기는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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