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인 나,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 | 2016.02.12 06:00

[서미영의 취준진담]

여기 두 명의 취업준비생이 있다.

# A양은 서울소재 대학의 인문계열 전공으로 올해 4학년이 됐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자취족으로, 부모님의 경제활동이 여의치 않아 용돈은 물론 학비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어떨 때는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더 많이 시간을 뺏겨 제대로 된 취업준비는 꿈도 못꾼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취업스터디 참석과 무료 취업인강 등을 통해 상반기 취업의 발판을 다지고 있지만, 하루가 늘 짧고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만 늘어간다.

# A양과는 같은 학교 동문인 B양. 모 대기업 임원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부유한 학창시절을 보낸 편이다. 아르바이트라고는 해본 적이 없고, 부모님 댁에 거주하기 때문에 주거비는 물론 매월 고정적인 용돈과 학원비 등도 부모님으로부터 지원 받으며 취업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을 일찌감치 정했고, 졸업반이 되면서 고가의 학원 수강을 시작했다. 어쩐지 취업에도 자신감이 붙은 기분이다.

목표는 같으나 출발선이 다른 이 둘, 결과는 어떠할까? 최근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중 84.3%는 금수저가 취업도 잘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금수저가 취업도 잘 된다고 보는 이유 1위는 ‘인맥이 좋아서(35.6%)’로 부모님의 인맥이 자녀에게도 이어진다고 본 것. 2위로는 ‘부모님이 고위직이어서(27.2%)’, 3위는 ‘취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집안의 지원을 받아서(18.7%)’가 차지했다. 취준생들은 부모님의 인맥과 경제적 지원이 취업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수저계급론이 어느새 채용시장에도 스며들어 수많은 A양들은 스스로 자신보다 좋은 수저를 물고 태어난 친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어지는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취업청탁 뉴스는 청년세대를 더욱 절망스럽게만 한다. 흙수저인 나, 취업할 수 있을까?

사실 금수저의 영향력은 채용 청탁이 빈번했던 과거에 더 컸을 것이다. 결국 채용시장에 계급론이 등장한 것도 좋은 일자리 기회가 줄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럼 흙수저는 금수저가 차지하고 남은 좁은 일자리를 향해 싸워야 하는가? 과연 금수저는 모두 취업하고 있는 것일까?


신입 채용시장의 최고의 금수저는 학력이며, 80% 이상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또 국내외 유수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어렵다. 오히려 좋은 학력과 학벌에서 기인한 주변인들의 기대가 크고, 그에 준하는 일자리를 골라가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힘이 드는 경우도 많다.

모두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 화이트칼라와 전문직. 그러나 로봇이 빠르게 목을 조여오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100세를 바라보고 있고 생산가능 연령도 증가하고 있다. 누구는 경제위기로 인해 기회가 줄었다고 하고, 누구는 산업변화로 다른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고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자, 금수저가 잘 모르는 분야를 선택하는 자가 결국 이긴다.

국내에만도 경제활동이 가능한 1만가지 일의 분야가 있고 직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반대로 곧 사라질 분야도 많다. 채용시장에서 조금만 다른 프레임으로 겨뤄보자. 화장품, 게임 한류 등으로 인해 수출되는 직장인이 많은 것은 알고 있는가? TV예능프로를 차지할 직업이 어디 쉐프뿐이겠는가?

수저계급론을 빌미로 비전마저 버리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프레임인지 각성해야 한다. 흙으로 잘 빚은 수저는 금값이상 할 수 있다. 그리고 꼭 수저만 빚으란 법도 없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내최초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공동창업하였으며, 2014년 8월 취업학교를 개설했다. 저서로는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이 있으며, 방송과 강의 등을 통해 채용과 직업에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18년이상 계속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
  5. 5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