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중학교 대신 '10년 프로젝트 세운' 소녀 열여덟 되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2.13 03:01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나만의 교과서를 만드는 중…'지드래곤을 읽다'는 만남을 주선하는 이야기"

18세 소녀인 유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지드래곤과 고전을 엮은 책 '지드래곤을 읽다'를 펴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정규교육과정을 밟는 대신 자신만의 '10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해진 답을 달달 외워야 하는 교육과정에 의문이 들었다. 초등학교 6년을 거치면서다. 재미가 없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중학교 진학을 거부했다.

최근 '지드래곤을 읽다'란 책을 펴낸 저자 유진의 이야기다. 올해 18살인 유진은 여느 고등학생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학교 대신 작업실 택한 유진…"정답만 외워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대신 '작업실'로 향한다. 부모님 일터 한쪽에서 정규교육과정 대신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꾸렸다. 이른바 '10년 프로젝트'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14살부터 23살까지다.

'국·영·수' 대신 '읽기·쓰기·말하기'를 택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읽고, 그 세상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고 표현해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법도 공부한다.

"왕따나 학교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었어요. 시각에 따라선 오히려 말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죠. 그런데 학교에서 알려주는 '정답'만을 외워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이 시간을 견딘다고 해서 나중에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10년 프로젝트'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유진은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그와 부모님은 '교육'과 '배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선 질문이 통하지 않았어요.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도, 반기는 사람도 없었죠.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질문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원했어요."

고심 끝에 내린 그의 결정에 부모님의 첫마디는 "좋아! 뭐하고 놀까?"였다.

유진은 "나만의 시간관리를 위해 '유진력'을 만들어보기도 했다"며 '10년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자신만의 교과서 만들기·의미 찾기 작업…"내가 정말 원하는 시간인지 끊임없이 자문해"

유진의 '10년 프로젝트'는 3년씩 나눠 3단계로 진행된다. 마지막 1년은 지난 9년 간의 학습을 최종 마무리하는 단계다.

처음 3년은 "왜 10년 프로젝트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쓰며 개념을 정리했다. 2단계는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기초학습'단계, 지금이다. 스무 살이 넘어 맞이하는 3단계는 조금 더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심화학습'단계로 계획했다.

그는 10년 동안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은 13가지 키워드를 정했다. '의·식·주·체·덕·지·시간·공간·학(學)·상(商) 읽기·쓰기·말하기'다.


이를 터득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스탠딩토크'다. 부모님과 함께 신문에 나오는 이슈나 고전, 혹은 자유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고 생각을 나눈다. 이후 생각을 정리해 글로 적어 기록으로 남긴다.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인 셈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스스로 의미를 재정립해보는 작업도 즐긴다. 의미가 왜곡된 단어, 감정, 사물 등의 원래 의미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참 진'(眞) 자인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작업이다. '유진력(曆)'을 만들어 자신만의 시간을 정립해본 것이 그 예다.

"예전에는 왕이 바뀔 때마다 달력이 새로 쓰여졌더라고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주말은 누가 정했나 싶어서 제 나름대로 주말을 없애고 7일 내내 공부하기도 해보고 휴가를 파격적으로 가져보기도 했어요."

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1분 1초가 내가 정말 원하는 시간인지, 즐겁게 보내고 있는지 의심을 해봐요. 물론 답을 못 찾을 때도 있지만 이런 시도가 있어야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유진은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원고 집필부터 편집, 표지 디자인까지 인터넷 검색의 도움을 받아가며 모두 스스로 완성했다. 사진은 유진이 직접 디자인한 여러가지 버전의 책 표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내 삶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일 뿐…마음이 끌리는 길을 가겠다"

그가 펴낸 책 '지드래곤을 읽다'는 지난해 6개월에 걸쳐 작업한 '프로젝트 글쓰기'의 결과물이다. '10년 프로젝트' 첫 3년을 마무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원고 작업부터 편집, 책 표지 디자인까지 스스로 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도전했고 마침내 책을 손에 쥐었다.

유진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남을 주선하는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가 지난 4년 동안 푹 빠져 읽었던 고전과 좋아하는 가수 지드래곤을 나름의 방식으로 엮었다.

단순히 '팬심'이 담긴 고백록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그래서 책 곳곳에는 그만의 가치관이 묻어난다.

"꿈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꿈이 있다면,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누구도 나의 꿈을 평가할 수 없다. …(중략)…(꿈은) 빌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돈'은 '꿈'이 될 수 없다." (216쪽)

부모님은 언제든 그가 원할 때 학교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나 유진은 "지금으로선 '초졸' 학력으로 계속 살아갈 듯하다"며 웃는다.

"'10년 프로젝트'가 진리라거나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제가 제 삶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일 뿐이고 다른 사람은 각자 최선을 다하는 방식이 있겠죠."

사회의 편견이 두렵지 않을까. "저를 집어삼킬 정도로 두렵지 않아요. 대학을 가건 안 가건 어느 길이나 불안한 건 마찬가지죠. 많은 사람이 가느냐, 적은 사람이 가느냐의 차이인데 많은 사람이 가도 불안한 길이라면 제가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길을 가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듯이 선택한 길이 다를 뿐이지 절대 누군가를 해친다거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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