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삶 치유하는 ‘힐링 전도사’

더리더 박광수 기자 | 2016.02.05 17:59

[지역리더에게 듣는다-김숙진 킴스에이스 대표]

음악 나눔으로 청소년 고민 해결…해외까지 ‘착한 문화’ 전파 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짧은 삶을 살면서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인생이 되느냐 무의미한 인생이 되느냐가 갈릴 수 있다. 만약 의미 있는 인생을 살겠다면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일 것이다. 김숙진 킴스에이스 대표가 살아온 인생이 그랬다. 촉망받던 음악인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또다시 교육자에서 공연기획자로 순간순간 삶을 변화시키며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김 대표의 삶은 매번 변화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봉사’ ‘나눔’ ‘사랑’ 정신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철학이자 남은 인생을 지탱해주는 힘이기도 하다. 이런 정신이 없었다면 중노동에 가까운 공연기획자의 일을 가냘픈 여성의 몸으로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서 사례 하나. 다가오는 공연시간과 함께 먹구름도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어진 빗줄기. 거센 빗줄기는 세찬 바람을 동반하며 콘서트를 휘저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 상황으로는 공연 취소가 당연했다. 하지만 무대를 기다리는 관람객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관람객에게 실망을 줄 수 없었던 김 대표도 출연진의 동의를 얻어 공연을 강행했다. 비에 젖어 축축했던 의복도, 공연장 기물들을 들썩이게 했던 바람도 어느 것 하나 공연을 막지는 못했다. 하이라이트 공연에선 관객 모두 환호와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김 대표를 비롯해 출연진 전부가 가슴으로 울었다. 이를 계기로 사명감은 더욱 깊어졌다.
“물질이 많아서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며 물질이 너무 없어서 평생 불행한 것도 아니다”라는 김 대표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공연기획을 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재즈나 팝송, 국악 등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하게 공부했다. 여러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갖다 보니 대중음악 연주나 재즈 연주, 그리고 크리스천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면서 클래식과 여러 음악들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독특한 음악세계로 평가받으며 주변에서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을 함께 받았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이후 모든 활동을 접고 가정이라는 공간에만 집중했다.

아마도 한 곳에 집중하면 파고드는 내 성격이 결혼 이후에는 가정이라는 곳에 꽂혔던 것 같다. 그러다 딸과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가 됐을 때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청소년 대부분이 비전 없이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청소년들의 진로를 상담해주는 ‘비전 세팅’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상담해 주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 활동이 내 인생의 2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상담소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집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주말에 한 번씩 5주짜리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마지막 주에는 부모님과 지역 유명 인사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재능기부를 하게 했다. 또한 지인 음악인들을 초대해 하우스 콘서트도 열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하우스 콘서트는 내 나름대로 ‘비전 콘서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소문은 빨랐다. 입소문을 타고 먼 곳까지 전해져 자기 지역에서도 똑같이 할 수 없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언론사 취재가 들어왔을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가정에서 만들어 시작한 프로그램이 청소년센터와 공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불우한 청소년을 돕기 위한 ‘나눔 콘서트’로 확대 발전되면서 공연기획을 하게 됐다.”

‘킴스에이스’는 공연&문화기획사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킴스에이스(KIM’s ACE)’는 조합어다. ACE의 A는 아트(art)에서, C는 컬처(culture)에서, E는 에듀케이션(education)에서 가져와 만든 회사명이다. 예술과 문화 그리고 교육으로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회사를 만든 이유는 ‘나눔 콘서트’가 커지다 보니 주최가 좀 더 뚜렷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나눔 콘서트’가 개인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규모로 발전한 것도 회사를 만들게 된 이유다.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공연이 아닌 인간의 고결한 감성을 끌어내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음악을 통해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킴스에이스는 이런 나의 생각을 완성시켜주는 도구다. 킴스에이스라는 도구로 클래식의 좋은 음악에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감동과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성인들에게도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 ‘김숙진의 힐링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무대에서 직접 진행할 때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기쁨이 충만해진다.”

2013년부터 전국 5개 국립공원(덕유산, 지리산, 치악산, 한려해상, 태안해안)을 시작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하는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나눔 콘서트’가 국립공원에서 열린 것뿐이다. 언젠가 우연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숲 속 오솔길을 걷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몸도 많이 쇠약하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숲 속 자그마한 오솔길을 걷다 보니 다시금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됐다. 당시 머리에 번쩍 떠오른 것은 이런 환경에서 지치고 우울한 현대인에게 음악을 통해 치유와 긍정의 에너지를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안을 넣고 설득에 나섰다.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공단도 지속적인 설득과 의미 있는 공연 의도에 공감을 표했다.

첫 공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가졌다. 감미로운 선율에 일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기 위해 해지기 전 늦은 오후에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무료 야외공연에 지나가던 관광차들까지 관광객들을 쏟아내 공연은 대형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하이라이트에선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어깨춤을 추며 공연을 만끽했다.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때에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지쳤다. 하지만 가슴은 터져버릴 것만 같은 벅찬 감동에 사로잡혔다. 같은 해 월정사에서 열린 공연 역시 감동에 감동을 더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선사의 적막함을 깨고 달빛에 어우러졌을 때는 묘한 아름다움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덕유산국립공원에선 비라는 복병을 만나 공연이 취소될 뻔했으나 출연진 협의 끝에 강행했다. 굵은 빗줄기에도 관객들은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직도 그날의 감동이 생생하다. 자연과 음악이 만나 시너지를 내며 새롭고 강한 힐링을 만들어 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려면 기업과 정부산하기관의 협조가 관건이다. 평소 어떤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으며 나눔 행사에 관심이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있다면?
“우리는 수익을 남기는 것에 관심이 없다. ‘나눔 콘서트’가 ‘투어 콘서트’로 커졌지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 스폰서가 많이 생겨도 오히려 부담이다.

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아무리 몸이 축나더라도 강연을, 공연을,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은 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월급 받고 이 일을 하라고 했다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콘서트에 참여하는 출연진도 이런 뜻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다. 또한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콘서트를 준비하기 때문에 공연을 못 잡아서 안달 난 적도 없다. 자연의 순리다. 단 모든 분들에게 ‘김숙진의 힐링 콘서트’는 열려 있기 때문에 기업이든 기관이든 요청만 하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용의가 있다.”

전공을 살려 ‘음악 치유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강의를 할 때 어떤 기쁨을 느끼는가

“‘음악 치유 전문 강사’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조금 베푼 것밖에 안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으로 청중의 변하는 모습을 봤을 때의 그 기쁨은 형언할 수가 없다. 한 예로 부산에서 살다가 일산으로 이사 온 중2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너무 어려운 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은커녕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빴다. 너무 가슴이 아파 비전 스쿨에서 상담을 해주며 이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처음엔 무뚝뚝하던 아이도 가슴으로 다가가니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아이의 꿈은 대통령이다. 대통령도 그냥 대통령이 아닌 어려운 환경과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대통령이다. 이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동반자가 생긴 것 같아 가슴 뿌듯하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경기도 교육청 자문위원, 공공리더십 자문위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 등 자문위원 타이틀이 많다. 힘들지 않는가


“물론 힘들다. 전에 몸이 아프고 마음이 너무 우울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덜 힘들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과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오히려 일을 통해 계속 건강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몸도 건강해지고 얼굴도 더 밝아졌다는 말을 듣곤 한다. 강연이나 공연을 통해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봉사활동 중에서도 UN 산하에 있는 한국장애인연맹(DPI) 홍보대사는 내게 큰 힘을 준 직함이다.

지난해 11월 초 인천 영종도에서 열렸던 ‘2015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 대회’에 각국의 아시아 장애인들이 저의 공연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한국장애인연맹(DPI)과 중국 투어도 생각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장애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

불우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등 사회운동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도움이 되는 걸 기쁘게 생각했다. 물질이든 마음이든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은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작지만 이런 일을 계속 해왔고 지금도 돈을 많이 벌어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주고 싶은 꿈이 있다. 살다 보면 나도 누군가로부터 물질이든 마음이든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그 도움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힘든 그 시간을 지나는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나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사람마다 생각과 물질의 양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돕고 나누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기획자로서 현 정부의 문화진흥 정책은 어떤가

“대한민국 문화는 단지 우리 것만이 아닌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다. 예전에는 케이팝(K-POP)이었으나 이젠 드라마, 영화, 패션 등 케이컬처(K-Culture)로 그 분야도 방대해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지 한 엔터테인먼트의 기획만으로 된 것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민간단체에서 독단적으로 하기 힘든 여러 가지 최첨단 시스템을 구비한 단지를 설립해 기술적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교육 사업까지 추진했던 정부의 역할이 컸다. 또한 지원 사업의 확대로 단체들의 창작활동도 활발해져 양질의 작품들도 탄생했다.

예술집단의 힘겹던 창작활동을 이제는 정부가 국가경쟁력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런 지원이 계속된다면 개인적으로 세계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계획과 함께 장기 플랜도 듣고 싶다

“영화배우, 가수, 방송인, 연주자, 무용가, 교육자,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청소년은 물론 소외계층이나 일반 대중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사를 하고 싶다.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진출해 국익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많은 사람들과 협력해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 일의 일환으로 올해 1월 ‘킴스에이스’ CD를 제작 중이다. 이번 CD를 통해 내 의사가 충분히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선배면서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서울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교수와 함께 의미 있는 콘서트를 구상 중이다. 또한 2014년부터 계속 해온 ‘투어 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이며 문화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콘서트인 ‘김숙진의 힐링 콘서트’ 역시 계속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파주소방서 김승룡 서장의 도움으로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김숙진의 힐링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이 콘서트는 공연과 함께 인문학으로 힐링을 전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기꺼이 재능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겠다.”


김숙진 대표
서울대 음악대학 졸업
KPOP 서울국제영화대상 부이사장
한중 국제 영화제 음악감독
대종상영화제 운영위원
쳄버 비르투오지 후원회장
해피뮤직스쿨 운영위원장
국립공원관라공단자문위원
경기도 교육청 예술 자문위원
한국장애인연맹(DPI) 홍보대사
올드보이즈 코러스 단장
킴스에이스 대표
기업, 학교, 연수원, 등에서 힐링 강의 진행중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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