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004년 이후 한동안 지능적 위조지폐범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폐 보안기법 중 하나인 은화(隱畵, 숨은그림)까지 구현한 5000원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보통 위조지폐는 잉크젯으로 겉면만 복사한 수준이어서 숨은그림과 같은 정교한 보안기술까지 복제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일련번호 ‘77246’ 5000원권을 제작한 위조지폐범 김씨는 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폐를 비추면 율곡 이이 초상화가 비춰 지는 숨은그림을 구현했다.
일반인은 물론 이 위조지폐를 처음 접했던 한은 직원들도 처음에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기자가 직접 한은 화폐박물관에서 확인했을 때에도 위조지폐라는 표시가 없었다면 구분이 어려웠다.
워낙 유통량이 많다 보니 한은 측에서 따로 ‘77246’ 5000원권 통계를 구분할 정도다. 실제로 2004년 이후 발견된 위조지폐의 절반 이상이 문제의 ‘77246’ 5000원권이었다.
이 위조지폐는 2006년 이후 발행된 신권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권보다 다소 크기가 작아진 5000원권 신권에는 숨은그림 이외에도 홀로그램 위변조 방지기술이 추가됐다. 위조지폐범이 지폐 제조기술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처럼 위조지폐 대명사였던 ‘77246’ 5000원권은 범인 김씨가 2013년 경찰에 검거된 이후 발견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한 때 연간 5000장 이상 발견됐다가 2013년 2367장, 2014년 1419장, 2015년 667장으로 감소세다.
‘77246’ 5000원권 위조지폐는 지금까지 약 5만3000장이 발견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일련번호 ‘다마2772464라’가 찍힌 것으로 약 2만장 정도다. ‘마다6772464라(10095장)’ ‘다다7772464라(9348장)’, ‘라다6772464라(7640장)’도 비교적 많이 발견된 편이다.
한은은 당분간은 ‘77246’ 5000원권 위조지폐가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예상한다.
위조지폐범 김씨가 이 돈을 사용한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상당히 길었고, 일반인들이 식별이 어려워 여전히 진짜 돈인 줄 알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에는 5만원권 위조지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이전까지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5만원권 위조지폐는 2014년 새마을금고 사건(1351장), 2015년 전주 금은방 사건(2012장)을 통해 대량 발견되면서 위조지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발견된 3031장의 위조지폐 중 67.3%인 2040장이 5만원권 위조지폐였다.
다만 최근 발견된 5만원권 위조지폐는 ‘77246’ 5000원권 위조지폐와 달리 복제 수준이 매우 조악한 편이다. 5만원권에는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에 없는 가로확대형기번호, 필터형 잠상 등 특수 보안기술이 더 추가됐다. 그만큼 복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5만원권 위조지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들 대부분은 일반인들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라며 “다만 어두운 곳에서는 식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현금거래는 가급적 밝은 곳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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