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의 비애?'…헤쳐모인 安 원년멤버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6.02.06 09:01

[the300]'퇴원 투혼' 윤여준, "안철수를 잘 부탁한다"…박선숙, "나는 허드렛일 하는 사람"…김성식, 주위 만류 뿌리치고 安으로

#.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한 후 어느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의 '진심캠프' 멤버들에게 저녁을 산 자리였다. '안철수의 새정치'에 뜻을 모았던 이들 중 대부분은 청천벽력같았던 통합 소식에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이들이 윤 전 장관을 붙들고 '새정치'가 좌절된 울분을 하소연하자 윤 전 장관이 "꿈꾸는 자의 비애가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이들을 달랬다.

윤 전 장관도,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이들도, '꿈꾸는 자의 비애'를 떨치고 다시 신당 창당에 몸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2일 창당대회 때 "내 모든 것을 걸겠다"고 호소했지만 이들이야말로 첫 번째보다 어려운 두 번째 기회에 모든 것을 걸고 한번 더 안철수 대표 옆에 섰다.

◇'퇴원 투혼' 윤여준, "안철수를 잘 부탁한다"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기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6.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25일 김한길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이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직후 윤 전 장관은 안철수 대표와 단둘이 마주 앉았다.

윤 전 장관은 머니투데이the300과의 통화에서 "창당준비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해놓고 그동안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아 얘기 좀 하려고 만났다"면서 "병원에 입원해서 있어서 신당과 창당 준비 과정에 대해 나도 안 대표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안 대표도 이런 저런 사안에 대해 나에게 의견을 묻고 그랬다"고 전했다.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당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회 공동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설화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의 갈등설 등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던 때다. 안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지난해 12월 중순에서 지난달 초 20%를 육박하던 신당 지지율이 10%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윤 전 장관은 신장 기능 문제로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상태였으나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해 국민의당 창준위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해놓고 막상 일하지 않는 '먹튀(먹고 튄다)'가 되지 않으려고 나왔다"고 농담처럼 넘겼지만 신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 아픈 몸을 끌고 나왔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전 장관이 국민의당 전면에 나선 것은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안 대표에게 '제3정당'이란 방향성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사들을 포용해야 한다며 신당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안 대표를 다독이고 국민의당 멤버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했다.

윤 전 장관은 "(안 대표에게) 정치를 정의와 불의로 바라봐선 안된다. 과거에 다소 흠이 있었다하더라도 신당이 나아가는 방향에 동참한다면 이들과도 함께 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신당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비애를 겪게 되는가"라며 "정치는 이상을 향해 갈 수밖에 없지만 현실을 놓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현실 정치에 매우 능해졌더라. 예전과는 다르다"며 "물론 아직 미숙한 점이 많다. 그래도 내가 주욱 겪여본 바 정신이 참 괜찮은 사람이다. 새정치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지 않느냐. 좀 잘 좀 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의당 창당으로 자신의 소임을 마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기자들을 만나 "현실을 바꾸는게 쉽나. 안철수 의원이 포기하지 않는게 신통한거지. 아직 어설퍼…"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창당 후 야인으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독립운동도 아닌데 이걸 목숨걸고 할 필요 없잖나"라며 "한때는 철 없을 때가 있었지. 이제는 약아져 가지고. 에이 해보니 뭐… 참 죽겠지 뭐…"라고 탄식했다. '꿈꾸는 자의 비애'를 먼저 겪은 선배로서 또다시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의 표현이었다.


◇박선숙, "나는 허드렛일 하는 사람"…김성식, 주위 만류 뿌리치고 '安'으로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하트를 만들며 설 명절 인사를 하고 있다. 2016.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당 창당일 전날인 지난 1일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당 합류를 선언하자 당 안팎의 여러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합류 여부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여럿이었다. 국민의당이 혁신과 통합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김 최고위원이 당에 들어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김 최고위원은 "당과 합류 시기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그가 국민의당에 합류하기까지 무수한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쳐야 했다.

국회의원 시절 동료, 선·후배들은 물론 김 최고위원과 같이 일할 뜻을 가지고 있던 이들도 그에게 무소속 출마를 권했다. 김 최고위원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당에 합류하자마자 '제3정당'으로서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당장 김 최고위원이 출마할 관악갑 주변 선거구들이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워낙 지역구에서 그 존재감이 대단하기 때문에 만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새누리당에서도 굳이 승부를 걸지 않고 선거 후 새누리당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일 최원식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이 국민의당 창당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사 기자실에 섰다. 기자실 문 밖에서 빼꼼히 안을 들여다보던 박선숙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최원식 대변인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 창당 준비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는데 더 잘생겨졌다"고 치켜세웠다.



최원식 대변인은 "(박 사무총장은) 모든 사람을 다 치켜세워주는 분"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박 총장은 국민의당에 합류한 인사들과의 친화에 팔을 걷어 붙이고 새 얼굴들과 마주칠 때마다 연신 "화이팅"을 외치는 국민의당의 분위기 메이커다.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2%' 부족한 안 대표의 스킨십을 메워주는 것도 박 총장이다. 당내 자질구레한 일들도 앞장서서 챙긴다. 박 총장은 "나는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실무지원단장을 맡으며 단번에 국민의당 '실세'로 부각됐던 이태규 전 단장은 창당과 함께 한발 물러섰다. 이 전 단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도 안 대표 곁에 끝까지 남았던 몇 안되는 인사다.

오랫동안 경기도 덕양을 출마를 준비해왔지만 안 대표가 옛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혁신 작업에 나섰을 때, 탈당 후 창당 작업에 돌입했을 때, 그때마다 본격적인 지역구 출마 준비는 미뤄졌다.

그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말을 아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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