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추는 ATM, 은행 속사정이 뭐기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6.02.09 12:21

수수료 싼 은행 ATM기 사라지고 밴사 자동화기기 늘어..편의점 '캐시백'으로 현금찾는 시대

직장인 K씨는 지난 주말 지인의 결혼식장을 갔다가 축의금으로 쓸 현금이 없어 결혼식장 귀퉁이에 설치된 현금인출기를 이용했다. 축의금으로 5만원을 뽑았는데 인출수수료가 무려 1300원이나 됐다. 평소 은행 ATM기를 이용할 때는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다가 밴(VAN)사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니 수수료 바가지를 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축의금, 부의금 용으로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 편의점, 장례식장, 예식장 등에 비치된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 은행 ATM기 우대 수수료를 적용 받다가 많게는 3000원이나 되는 밴사 수수료를 내려니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수수료를 절약하려면 은행 ATM기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 ATM기를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 은행들이 자동화기기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전략적으로 ATM 운영대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자동화기기는 국내에 총 8만7663대가 설치돼 2010년 말 7만4407대에 비해 5년 사이 18%가 늘었다. 그런데 자동화기기 가운데 은행이 운영하는 ATM·CD기는 잘 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자동화기기는 2012년 말 5만1023대에서 지난해 6월 말 4만8045대로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밴사가 운영하는 자동화기기는 3만5898대에서 3만9618대로 꾸준히 늘었다. 현재는 은행이 밴사보다 자동화기기가 8427대 더 많지만 조만간 역전이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BGF캐시넷, 롯데 PS넷 등 유통업체의 경우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 노틸러스효성, ATM플러스 등 제조업체는 기기 판매 목적을 위해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자동화기기 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웠다.


반면 은행들은 자동화기기 운영 비용이 받은 수수료 대비 높다는 이유로 운영 대수를 계속 줄였다. 특히 이러저러한 이유로 2011년 10월 ATM 수수료를 크게 낮추면서 2012년 한해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606억원(19.6%) 급감했다. 지난 5년간 기준으로 은행 수수료 수익은 712억원(22.6%)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동화기기를 운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차라리 ATM기를 없애는 쪽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은행 ATM기가 사라지는 대신 수수료가 비싼 밴사 자동화기기 비중이 늘어나자 소비자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편의점,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카드결제하면 현금도 인출 할 수 있는 '캐시백(cash-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1만원짜리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5만원을 결제하면 4만원은 현금으로 돌려 받는 방식이다. 비싼 수수료 없이 편리하게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이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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