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효도하려고 PC를 만든 건 아니다

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과장(성장학교 별 교장) | 2016.02.08 05:34

[칼럼] 좋아하는 것이 잘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을 속이는 일이지요.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다만 그것을 한다고 말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 하고 싶은 일을 누군가에게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일 반응이 싫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함께 기뻐해 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보다는 비아냥거리고, 비교하고, 조롱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숨기고 살아가다 어느 날 자신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잊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한다는 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우주와 소통을 하기 시작하는 일입니다. 이 좋음과 재미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하면서 더 높은 곳으로 움직여 가도록 돕는 것이 어른의 일입니다. 이 좋아함과 재미있음은 마음에 뿌려진 큰 씨앗인 것이지요. 우리 마음의 밭에는 조금씩 저마다 다르게 이런 씨앗들이 뿌려져 있습니다. 이 마음의 밭을 어떻게 일구는가가 중요한데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프랑스 교사가 제게 건네 준 말이 있습니다. 어른들, 교사들은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더 시선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가능하다고 말할 것인가, 우리는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열 가지를 말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 것에는 별로 말할 것이 없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의 밭에 필요한 것을 주지는 못하고, 주지 말아야 할 것을 오랫동안 논하면서 바짝 말라가게 합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지금 좋아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앞으로의 직업으로 꼭 정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제일 잘 할 필요도 없고, 그것으로 상을 타야만 할 이유도 없고, 반드시 부모를 기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해보고 몰입을 경험하고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하는 경험을 갖는 것입니다. 무언가 즐겁고 재미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그 안에 특별한 배움이 있다면 더 좋고, 또 그 일을 통해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좋을 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워즈니악이라는 친구와 함께 애플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사람이 되거나, 부모님에게 효도하거나, 상을 타기 위해서 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컴퓨터를 개인도 쓸 수 있는 기계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을 뿐이었습니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농구선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농구선수로는 대학을 지망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형은 농구선수로 대학을 지명받아 갔지만 조던은 대학을 가서 농구를 계속 했을 뿐이었습니다. 조던에게 중요한 것은 농구를 할 수 있는 것과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의 농구를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조던의 여러 일화기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조던은 단지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어서, 팀이 크게 이긴 날이어도 자신의 경기 중 활동이 불만스러우면, 남아서 개인훈련을 더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조던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농구와 자신 그 자체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위대한 사람들을 초기에 움직인 것은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그 첫걸음을 뗄 때 처음부터 마치 프로선수처럼, 박사처럼, 최고의 기술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주 서툴지만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큰 두려움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한 차원 더 높은 의미로 승화시켜 가면서 더욱 큰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약판을 놓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간혹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 마음 아픈 이야기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잘 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품고 용기를 갖기보다는 두려움을 갖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하지 못해서요."
"00보다 잘 할 것 아니면 안 하는 게 나아요."
"제일 잘하는 사람이 안 되면 아무 소용 없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이런 이유들로 낙심하고 물러서려고 하는 친구들에게 어른으로서 매우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른들이 진짜로 청소년들에게 꿈을 갖도록 도우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이고 누군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낙심하는 일입니다. "잘 하지 못해서, 중요하지 않아서,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서" 안 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회적인 큰 손실입니다.

잘 하지 못한다고 낙심하지 마세요. 그것이 제일 어리석은 일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에 열광하세요.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어른을 찾으세요. 우리가 찾아야 할 '진로'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이 좋아할 일, 적당히 생활이 보장된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닙니다. 한 번 살아가는 인생에서 나에게 재미와 좋아함을 느끼게 해 준 우주의 메시지에 답할 수 있는 안내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직업이 아니라 삶을 찾으세요. 그리고 몰입하고, 그 즐거움의 힘으로 삶을 이끌어가면서, 1등, 엄친아, 월급이라는 유혹을 버리세요.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아름답고 진실한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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