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뒤늦은 깨달음 "내가 실패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 2016.02.06 06:25

[줄리아 투자노트]

명절 때가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잘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거나 몇 년째 취업을 못해 백수로 지내고 있거나 최근 명예퇴직을 당했거나 사업에 실패했거나. 이런 사람들은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는게 고역이다. 누구나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남들에게 드러내 보이기를 싫어한다. 세상에 그토록 많은 실패자들이 존재함에도 성공 스토리만 넘치는 이유다.

자수성가해 큰 부를 이뤘다가 사업이 무너져 어려움을 겪었던 한 회장에게 귀한 실패 스토리를 들었다. 그는 월급쟁이로 출발해 사업에 성공했다가 정상에서 떨어져 지금은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어두침침한 고난의 골짜기를 지나며 자신이 실패한 원인을 곱씹으며 3가지로 정리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1. 골프를 치지 않았다=그는 월급쟁이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영업으로 인맥을 쌓았다. 이 인맥을 바탕으로 얻은 다양한 정보로 여러 거래에 참여해 부를 일궜고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큰돈이 없었던 그에겐 정보가 자본이었다. 정보는 사람들과 식사하거나 골프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업하면서 겪는 고민이 나오게 된다.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키운 뒤에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 주말에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다른 임원들이 골프를 치며 영업하고 거래를 따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게 큰 착각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임원들은 거물 사업가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들을 수도 없었고 그 세계의 큰 거래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접대 골프란게 굉장히 어렵다. 나도 힘든데 그걸 우리 임원들이라고 좋아했겠나. 높은 사람들하고 골프 치는 것은 심적으로 부담되니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골프를 쳤을 거고 그러니 무슨 중요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비단 골프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 속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해법에 성공의 기회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 독서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책 속에 있는 지식만으론 부족하다. 책 속의 죽은 지식에 생기를 불어넣을 현실감각, 정보, 유행 등은 사람들 속에 있다.

2. 사람 관리가 소홀했다=위기는 요란을 떨며 찾아오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 일을 처리해도 상황의 미묘한 변화가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업이 커진 만큼 그는 세부적인 일까지 일일이 챙길 시간이 없었다. 현장 직원이 파악한 내용이 임원에게 보고되면 임원에게서 이 보고를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 여건이 급격히 변했고 그의 사업에도 작은 균열이 생겼지만 현장 직원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규정대로, 매뉴얼대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평소와 다름 없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보고는 중간 임원을 거쳐 그에게 올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보고가 여러 단계를 거쳐 올라오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때부터 함께 했던 수족 같던 직원이 함께 있었으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직원은 다른 회사 대표로 영전해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잘 돼 나가는 직원을 잡을 수는 없었다.

3. 핵심을 보호할 여분의 힘을 비축하지 못했다=전투를 하다 보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중국에서 진나라가 망한 후 항우와 함께 패권을 다투던 유방은 자주 싸움에서 졌다. 하지만 결정적 전투에서 승리해 한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다. 유방이 항우에게 패하면서도 마지막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핵심 인재, 핵심 군사력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싸움에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핵심 군사력까지 모두 전멸하는 패배를 당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패하는 싸움에선 핵심 군사력을 대피시켜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 일본 마쓰시타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를 댐경영이라고 표현했다. 댐에 물을 저장해 놓듯이 자금과 인력, 설비 등을 약간은 여유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기업들은 현금만 확보하려 할 뿐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인력도, 설비도 줄이는데만 신경쓴다. 반면 구글은 지금 당장 돈도 되지 않는 엉뚱한 곳에 투자하고 직원 복지를 과도할 정도로 풍요롭게 제공한다. 돈만 저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사업도 여지를 둬야 한다. 그게 위기가 닥쳤을 때 극복할 밑천이 되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돈을 벌어주는 수익원이 된다.

그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아끼기만 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핵심 부문까지 다 처분해야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지분 투자했던 작은 회사가 하나 있어 그 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로 쓸 감자는 남겨둬야 한다. 그는 그나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투자했던 회사의 지분을 팔지 않은 덕에 다시 딛고 일어날 발판이나마 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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