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의 쿨투라4.0] 당신은 1년에 책을 몇권 읽으시나요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 2016.02.05 07:00

<2> 당신은 1년에 책을 몇권 읽으시나요 …설 연휴를 '독서문맹' 탈피 기회로

편집자주 | '쿨투라'(cultura)는 스페인어로 문화다. 영어 '컬처'(culture)나 '쿨투라' 모두 라틴어로 '경작하다'(cultus)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이처럼 일상을 가꾸고 만드는 자연적 행위였는데 언제부터 '문명화된 행동', '고급스러운, 교양있는'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게 됐을까. 여전히 문화는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이 맞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5년. 30년, 50년 후의 우리 사회의 문화양식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특히 인공지능, 생체인식과 같은 과학IT기술 발달로 사람과 자연외에 공존하게 되는 또 다른 무엇이 다가온다. 그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문화의 모든 모습을 함께 살피고 나누고자 한다.

'국민 10명 중 3.5명 ◇◇ 안 한다. 당신은?' 돌려 말할 거 없다. 괄호에 들어갈 정답은 '독서'다. '국민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다'는 건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이 수치는 한국출판연구소가 2년마다 하는 조사에서 나온 결과로, 5년 전, 3년 전 지표도 그랬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권 이상의 일반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사람들의 비율(연평균 독서율)은 성인 65.3%, 학생 94.9%로 나타났다.

쉽게 풀면, 성인 10명 중 6.5명 정도가 1년에 책을 한 권 정도 읽는다는 말이다. 거꾸로 하면 성인 34.7%, 즉 3.5명이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얘기가 된다. 2년 전 조사보다 비율로는 6.1% 더 떨어졌다. 독서량은 어떨까.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는 50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다. 평균의 함정이 있을 수밖에. 직업적 특성상 책을 읽을 수밖에 없거나 다독하는 상위 몇 프로를 고려하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읽어도 겨우 2~3권 정도인 이들도 다수를 차지할 거다. 자, 이제 물을 때다. 당신은 어떤가?

문체부는 2013년 유럽연합(EU) 조사를 기준으로 EU 국가의 평균 독서율 68.3%보다 높다고 위로했지만,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지표를 모른 체할 이유는 없다. 2013년 OECD 평균 독서율은 76.5%로 조사됐는데(전자·만화책 포함), 우리나라는 74.4%로 평균 이하였다.

이유는 뭘까. 책 안 읽는 풍속도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주변을 보면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 역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처럼 시간이 나도 혼자가 아니면 한두 시간 이상 책을 붙잡고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서의 가장 큰 적은 '잠'이기도 하다.

공부가 직업인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책 읽기를 공부처럼 한다는 건 끔찍하다. 책은 여가활동과 취미활동이어야 하지 않나. 재미있고, 즐겁게. 하지만, 그게 안되면 분명한 '필요'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일이든 목적이 분명하다면 결과도 그에 따라 나올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연애 시장의 전술이다. 뇌까지 '섹시'하고자 하는 '뇌섹남·뇌섹녀'가 되기 위한 목적도 나쁘지 않다. 지금 하는 일, 조직을 관리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데 책의 유용함을 깨달은 이라면 '먹고 살기 위한 독서'라고 정의하면 되겠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자료를 낸 지 며칠 되지 않아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이 만드는 '설화수'라는 화장품이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회사 매출과 20% 이상의 성장률을 책임진 일등공신이었다. 2014년도 출판시장이 2조여원으로 추정된다는 뉴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나온 소식은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G. 라오가 뉴요커 온라인판에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썼다는 소식이었다. '상위 선진국 30개국 중 국민 한 명당 독서를 위해 들이는 시간이 가장 적다'는 영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책 읽지 않는 한국인과 노벨상에 대한 집착을 비꼬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EU와 비교해 한국인의 독서율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애써 위로할 이유가 없다. 그저 우리는 '책 안 읽는 어른이 넘치는 나라'일 뿐이고, 놀이로도 목적으로도 독서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게 오히려 방법이다.

설 연휴가 무려 5일이다. 고향방문, 가족 나들이, 상차리기, 모처럼의 휴식. 여전히 '바쁜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어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처럼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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