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냥감 된 글로벌 기업, '부채폭탄' 희생양 되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6.02.04 15:13

中 기업 해외 M&A 가속…실탄은 정부 지원 부채

중국의 글로벌 기업 사냥에 걸려든 먹잇감들이 부채폭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막대한 부채가 '주식회사 중국'의 글로벌 기업 M&A(인수합병) 행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최근 외국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인수자금이 대개 중국 정부 지원으로 얻은 부채로 리스크(위험)가 크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인수 이후의 재무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켐차이나·CNCC)은 전날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 신젠타를 438억달러(약 52조6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문제는 중국화공의 재무상태가 형편없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에 8억8900만위안(약 16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총 채무는 1565억위안으로 2014년 말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9.5배에 달한다. 국제기준으로는 8배가 넘으면 채무과잉으로 본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칼레이 필레이 이사는 중국화공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소유로 중국 국유은행에서 무제한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들해지면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새로 인수한 외국 자회사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FT는 중국화공의 연이은 해외 M&A는 마치 산탄총을 쏘는 것 같다며 전략적 우선순위가 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마구잡이식으로 M&A의 궁극적인 목표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중국화공은 원유, 살충제, 사료 등이 핵심 사업분야지만 지난해 세계적인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의 피렐리를 79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독일 기계업체인 크라우스마페이를 10억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중장비업체 중롄중커(줌리온)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는 부채가 EBITDA의 83배에 이르지만 지난달 미국 경쟁사인 테렉스를 33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민간기업들의 무모한 해외 M&A도 한창이다. 중국 최대 민간기업 가운데 하나인 포선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불과 6개월 사이에 18개 외국기업을 65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6월 현재 포선의 부채는 EBITDA의 55.7배나 됐다.

중국 해운업체인 차이나코스코홀딩스는 이미 막대한 채무 부담을 안고 있지만 M&A로 빚을 더 불리려 한다. 이 회사는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의 최대 항만인 피레우스항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현재 코스코의 부채는 EBITDA의 41.5배에 이르지만 피레우스항에 5억유로(약 6674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

이밖에 중국 최대 국유 농식품업체인 코프코는 최근 아시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인 노블그룹의 곡물 부문인 노블애그리를 7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 국유 식품기업 브라이트푸드는 지난해 영국 시리얼업체 위타빅스를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코프코와 브라이트푸드의 부채는 각각 EBITDA의 52배, 24배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건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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