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팁스'의 결합?...벤처창업계 '역효과' 우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6.02.11 06:00

미래부, 창조혁신센터 대기업 창업프로그램 팁스 운영사 지정 '무리수'...벤처창업계 "과도한 정부와 대기업 개입은 역효과"

정부가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들을 중소기업청의 창업프로그램인 ‘팁스’(TIPS)의 운영사로 지정키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공모를 통해 팁스 운영사를 선정하던 방식을 돌연 변경해 대기업을 운영사로 일괄 지정하는 것은 벤처 선배와 엔젤투자사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플랫폼인 팁스의 성격과 도입취지에 맞지 않아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벤처창업계는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를 위해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벤처창업계 주도의 팁스와 대기업 주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결합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중기청은 올해부터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삼성 등 대기업들을 팁스 운영사로 지정키로 했다.

'2016년 중기청 업무계획’에 따르면 중기청은 우선 센터별 엔젤포럼을 운영중인 SK(대전), 롯데(부산), 효성(전북) 등 일부 대기업을 연내 팁스 운영사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나머지 대기업들과도 협의를 통해 추가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전담 대기업 현황


팁스는 고급 기술창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기청이 2014년부터 도입한 민간투자주도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팁스는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에 최대 10억원까지 민간과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제공한다. 엔젤투자부터 멘토링까지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팁스 운영사는 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다.


초기 팁스 운영사는 성공한 벤처 1세대가 주도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의 케이큐브벤처스,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의 본엔젤스, 이택경 다음 창업자의 프라이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부 대기업도 공모를 통해 운영사로 뽑힌 사례가 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사내 연구소와 벤처팀을 주축으로, SK는 SK행복나눔재단이 카이스트에 재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공고절차를 통해 운영사로 선정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팁스 운영사 지정과 관련,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창조경제 모델을 확산하고,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업 허브로 만들기 위해 중기청과 협력하는 내용”이라며 "혁신센터에 입주한 창업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벤처창업계에서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벤처창업이 제 2의 붐을 맞이한 것은 정부가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민간 주도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 준 덕분이었다"며 "하지만 정부부처의 입김이 점차 세지고, 대기업들을 일방적으로 투입하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팁스 운영사 관계자는 “대부분 엑셀러레이터들과 사업화 이전 단계부터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해야하는 창업팀들이 대기업 운영사를 꺼릴 것”이라며 “정부의 이번 결정은 벤처창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은 현재 대기업의 후속투자나 성공사례 발굴이 미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대두된다. 정부가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팁스 운영사 지정이라는 당근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창업프로그램까지 대기업 손에 맡기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 향후 지정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팁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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