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13조 '셀트리온 허들'… 부담스런 삼성바이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6.02.02 03:05

고한승 사장, "나스닥 공모가 기대이하일 경우 국내 상장사들에 악영향 고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사진제공=뉴스1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연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포기한 배경의 하나로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제약업계 주가를 언급했다. 기대 이하 공모가에 상장을 감행할 경우 국내 관련 업계 주가 조정을 불러오고 결국 해당 산업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뜻이다.

고 사장은 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해외 증시에서 바이오·제약 주가가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를 밑도는 조건으로 상장을 할 경우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격인 셀트리온을 예로 들며 "셀트리온 시가총액이 13조원에 이르는 데 우리가 이런 회사들과 주주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13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8조원대 기술수출 대박의 주인공 한미약품의 경우 7조5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사정과 달리 나스닥은 바이오·제약에 대한 평가가 박해 바이오시밀러 기업 코헤러스의 경우 시가총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개발 중인 3개 바이오시밀러 제품 중 하나는 임상 3상이 완료돼 2분기 중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판매허가 신청을 앞뒀고 나머지 2개는 3상이 진행 중이다. 국내 증시 눈높이에서는 셀트리온 주가를 넘어설 정도 잠재력이다. 이 때문에 증시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에 상장해도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내 증시 상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에 대해 고 사장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나스닥 헬스케어 주가가 회복되고 유럽에서 베네팔리(관절염 치료제) 판매가 시작되면 기업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국내 상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허들' 앞에서 멈칫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보류는 나비효과처럼 삼성 바이오 사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야 모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이 탄력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선 상장을 단행한다고 해도 공모가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효과가 반영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뿐 아니라 이 회사 모기업인 삼성물산 모두에 손해인 셈이다.

증권업계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 상장사들을 아예 고려대상에 넣지 않거나 실적에 기반한 기업가치 재산정이 이뤄진 이후에나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대하던 시가총액 10조원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에 불어닥친 바이오·제약 광풍을 의식하면 당분간 나스닥 상장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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