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 인간 지배, 현실로 다가오나

머니투데이 허정민 인턴기자 | 2016.02.09 07:30

인공지능, 인류에 해 끼칠 기술 vs 제4의 산업혁명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영화 터미네이터 속 스카이넷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가진 인공지능(AI) 로봇이며 인간을 지배하려는 악당이다. 스카이넷은 인간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구사할 뿐 아니라 행동의 결정까지 스스로 내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이 캐릭터는 제작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지만 최근 AI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머지않아 스카이넷이 현실 속에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인간을 능가한 인공지능(AI)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구글 계열사 딥마인드의 AI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를 상대로 다섯 차례 대국에서 모두 이겼다. 이는 AI가 예상보다 빨리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이 인간에게 당장 우려가 되는 것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5년 후에 인간의 일자리 약 710만개가 AI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AI 로봇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은 제조 분야다. 제조 업계는 이미 AI 로봇을 현장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국 로봇 제조업체 리싱크로보틱스는 2012년에 공장용 인간형 로봇 '박스터(Baxter)'를 개발했다. 박스터는 실제로 공장에서 일하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AI 로봇이다. 물건을 꽉 움켜쥘 수 있는 두 개의 팔과 작업 현장에 맞게 훈련시킬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갖춘 박스터는 이미 미국 내 여러 공장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의료서비스 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수술용 로봇을 조종하며 환자를 치료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AI 로봇이 직접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까지 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Rensselaaer Polytechnics Institute in Troy' 연구팀은 진료부터 수술까지 가능한 로봇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학계는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없어지는 일자리 수는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군사 용도로 쓰이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엘런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AI 로봇이 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머스크는 특히 발달돼 가는 인공지능을 악마에 비유하며 "우리는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한 단계까지 왔다"며 AI 기술 개발을 두고 "우리가 정말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할 때"라며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스티븐 호킹도 "(AI는)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유명 로봇 제조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보행 성능과 수송 용량을 향상시킨 'LS3(Legged Squad Support Systems)'라는 병사 로봇을 개발, 실전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19년까지 54만 명의 병력을 42만명까지 감축하고 병사 로봇으로 부족한 병력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바 있다. LS3 같은 로봇 병사가 실전에 투입됐을 경우 살생하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해석이다.

반면 AI 로봇이 인간과 같은 사고 기능을 구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조나스 프리징 컴퓨터 공과대학 총장은 "AI 로봇이 인간과 같은 사고 능력을 가지기엔 아직 멀었다"며 "로봇은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를 스스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뇌과학 전문가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는 AI 일자리 위협론에 대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아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AI 로봇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학계 보고서처럼 되려면) AI 발전 원리인 '소셜인터랙션'(소셜네트워크 등 인터넷으로 상호작용)이 필요한 작업들의 목록과 요구하는 수준이 나와야 하고, 여기에 AI가 딥러닝으로 정복하거나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을 도출한 후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직업들이 나열되는 식의 계산이 이뤄져야 하는 데 그런 과학적 접근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I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로봇은 빅데이터를 통해 주입한 정보만을 토대로 기능을 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스스로 진화 또는 변화가 가능한 AI 기술이 나오게 된다면 인류의 우려가 현실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AI를 제 4의 산업혁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헤드헌팅 회사 맨파워그룹의 조나스 프리징 사장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인류에게 매우 큰 도전"이라면서 "AI는 이제껏 겪었던 산업혁명과는 다른 차원의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AI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와 방안이 마련된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를 통해 2일 말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AI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생겼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선두업체인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 업체가 개발한 '로미오(Romeo)'는 걷기, 계단 오르기, 문 열고 테이블 위 물건 놓기는 물론 간단한 대화나 인터넷 정보 수집도 가능하다. 로미오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부축하거나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전자 업체 NEC도 지난 2013년에 가정용 로봇인 파페로(Papero)를 내놓았다. 파페로는 기억력이 퇴화되는 노인에게 매일 약 복용 시간을 큰 소리로 알려주거나 혈압을 체크하는 등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독거노인의 움직임이나 목소리를 인식해 SNS에 자동으로 업로드한다. 이를 통해 노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은 노인의 안전과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은 AI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인공지능은 사람의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업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화될 것이다. 자전거가 처음 나왔을 때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고 한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한다"고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파이어사이드 챗'에서 말했다. 이어 "머신러닝과 AI가 향후 IT기술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피차이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 발전을 두려워한다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겠다는 희망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AI 기술은 진보돼 왔으며 패턴 인식에 대한 기술도 많이 개발됐다"며 "더 발달된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의 병을 진단하거나 더 안전히 운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에도 "집과 직장에서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AI 기술 개발이 목표"라며 "해당 기술에 접근하려면 아직 많은 한계에 부딪히며 시도를 해야 한다"는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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