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완성채권, 통지만으로 불법추심 근절될까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 2016.02.16 13:00

[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금융회사의 대출채권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때부터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채무자의 변제의무가 소멸된다. 금융회사들은 통상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처리하고 있으나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매각하거나 추심하면서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혀 왔다. 대부업체들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입한 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소액변제를 받아내면 시효가 부활된다는 점을 악용해왔다.

2015년 8월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 금융회사가 4122억원 어치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소멸시효가 완성된 소액채권 채무자의 대다수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 취약층으로 이들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나 적절한 법적 대응방법을 몰라 갚지 않아도 될 금융회사 채무에 대해 추심에 시달리거나 상환 부담을 져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추심행위를 '민생침해 5대 금융악(惡)'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고 8월에 서민피해 예방대책이라며 몇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달 금융회사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양도할 때 채무자에게 통지하는 '채권양도통지서'상에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여 시효 완성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선했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소멸시효 완성 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추심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이 소멸됐는데 채권양도통지서를 보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오히려 채무자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힘 없는 서민들은 대부업체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 소멸시효 완성된 채권의 시효를 부활시켜 추심행위를 저지르는데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조치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전무한 셈이다.


결국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추심행위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입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12월 박병석 의원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채권 뿐 아니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양도·양수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도록 제안했다.

금감원도 지난해 소멸시효 완성시 추심을 제한하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반영하는 걸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악성채무자를 과잉보호하여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000만원 미만의 소액채권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면 채권자가 사실상 채권을 포기한 것이므로 그 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 설령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무자가 반사적 이득을 얻는다 해도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소액채권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악의적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는 게 옳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불법매각·추심으로 인한 피해를 근절하려면 정보제공이나 상담과 같은 간접적 대응보다는 추심 및 매각 자체를 제한하는 직접적인 규제 방식이 효과적이다. 금융당국은 효과성에 의문이 가는 대책 한 가지만 달성해 놓고 자화자찬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도입해야 국민들이 진짜 체감할 수 있는 금융관행 개혁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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