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도 자이도 아닌 것이"···아파트 브랜드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6.01.30 06:26

[부동산X파일]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이 지난 1월 첫째 주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신영미씨(42·가명)는 지난해 연말에 나간 여고 동창회에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졸업 후 20여년 만에 만날 동창모임에 전날 밤잠까지 설쳤지만 친구들의 주된 관심사는 '남편 직장이 어디냐' '집은 어디에 있느냐' 등 신분이나 재산 문제에 집중됐던 탓이다.

"난 래미안 아파트에 살아" "난 자이 아파트로 이사갈 거야"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열심히 노력해 잘 사는구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파트 브랜드가 부나 지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느낌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브랜드 자체가 돈으로 매겨지는 '브랜드 가치'의 시대지만, 아파트 앞에 붙는 이름이 입주민의 품격(?)쯤으로 취급되는 세상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이와 관련한 분쟁도 적지 않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충돌하거나 아파트 명칭과 관련해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경북 대구지역에 새로 들어선 A아파트 단지는 입주민과 건설사 사이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아파트 이름을 '1군 브랜드'로 바꿔달라는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중견 업체인 해당 시공사 측은 "주민들이 상호가 비슷한 대기업 건설사를 들며 그 회사가 쓰는 아파트 이름으로 교체해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파트 브랜드는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지역 입성이 어렵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이나 4대문 내 주요 지역의 경우 조합 측이 정한 브랜드 서열이 있다"며 "이에 못 미치는 업체는 시공사 선정과정에 참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랜드 가치 평가업체인 브랜드스탁은 지난 20일 지난해 아파트 브랜드 순위를 발표했다. 이 업체는 삼성물산 래미안을 브랜드 가치 지수(BSTI) 847.2점으로 1위로 발표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가 823.3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어 대림산업 ‘e편한세상’(809.7점), GS건설 ‘자이’(789.4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786.6점), 롯데건설 ‘롯데캐슬’(778.8점)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년대 들어 아파트의 브랜드 사용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소송도 끊이지 않는다. '명칭변경 무효소송'이 주를 이루는데 조합원간에, 조합과 행정관청 간에 벌어졌다.

2004년 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 A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의한 새 아파트 명칭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기존 ‘그랜드월드대우1차아파트’에서 대우건설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1차아파트’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A씨는 "대리권을 증명하는 위임장 없이 의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의결 정족수를 채운 적법한 결정이었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아파트 명칭 변경을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관청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도 있었다. 2007년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건축물대장에 '현대홈타운아파트' 대신 '‘현대힐스테이트’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수원시를 상대로 '아파트명칭변경거부처분취소소송'을 냈다. 법원은 "입주민 대다수가 명칭변경을 원하고 있고, 허용해서는 안 될 공익적 필요가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 손을 들어줬다.

2011년에도 유사소송이 있었는데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건축물대장에 '신공덕 삼성아파트'가 아닌 '‘신공덕 1차 삼성래미안아파트’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마포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소송에서도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포구청의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싸다고 주웠는데" 에코프로 개미 어쩌나…매출 반토막에 적자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