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이 취업률 좀먹는 '취업충'이라고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 2016.01.29 06:00

[여자사람취준생일기]

“저는 그냥 탄탄한 중소기업의 일반 사무직으로 취업하고 싶어요. 너무 작지도 않은, 서른 명 남짓한 회사면 좋을 것 같고 조직문화가 자율성을 존중하는 회사면 즐겁게 일할 것 같아요.”

“그러면 참 좋겠네요. 하지만 이 정도 스펙이면 취업목표를 조금 더 높게 잡아도 될 것 같은데 더 욕심이 나진 않고요?”

“워낙 취업이 어렵기도 하고... 큰 회사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해서요.”

취업준비활동을 하는 여대생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실제 능력보다 취업목표를 낮게 설정한다는 점, 둘째는 진로선택이 남학생에 비해 늦다는 점, 셋째는 고립된 취업활동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같은 특징에 대해 경력설계 전문가들은 여대생의 ‘태생적 한계점’으로 일반화한다.

“여대생들은 적극성이 떨어지고,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낮고, 의사결정 능력 역시 떨어져요. 때문에 대학 취업지원센터 등 취업률을 책임져야 하는 관계자들은 여대생의 입학 자체부터 꺼리게 될 정도에요. 취업률이 잘 잡혀야 하는데 여대생 비율이 높으면 어려우니까요.”

이쯤 되면 대학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취업률을 좀먹고 취업담당 관계자들의 애를 먹이는 ‘취업충’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동일한 강의실에서 학업을 함께했던 남학생들은 여대생의 취업준비 활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2011년 기준 통계청 사회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여성취업 장애요인은 사회적 편견 및 관행, 여성의 직업의식과 책임감 부족, 불평등한 근로 여건, 일에 대한 여성능력부족, 육아부담, 가사부담, 구인정보 부족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은 ‘여성의 직업의식과 책임감 부족 항목’이다. 남성(5.7%)은 여성(2.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인식률을 보였으, 특히 20~29세 남성들의 경우 8.9%로 여성의 직업의식과 책임감 부족에 대한 인식(3.3%)에 비해 높은 인식률을 나타냈다.

“확실히 여자들은 조직에 헌신하거나 끝까지 함께 책임지려는 태도가 부족해요. 팀 과제를 할 때도 자기 것만 딱 하고 신경 안쓰는 모습들이 정말 싫었거든요. 취업에 대해서도 덜 절박한 것 같고요.”

실제로 여대생 취업과 관련 여러 연구들은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여러 가지 취약성을 갖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남성들보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상황적인 요구에 민감하여 역할 혼란을 많이 경험하며, 여성적 성역할로 인해 유약함, 부드러움, 순응적인, 수동적인 등의 불리한 기질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같은 특성은 여대생로 하여금 진로의식, 진로계획, 취업활동 준비에 있어서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결국 남학생들에 비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진로탐색 기간 축소로 낮은 취업률이 나타내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왜 여대생들에게 이 같은 특성이 나타나는 것일까? 취업준비에 필요한 역량, 태도, 의지 부족 때문이란 말은 정말일까?

“저희 과에 여성 교수 자체가 되게 드물어요. 역할모델을 삼을 교수나 여성 선배도 적고 서로 이끌어주는 연대감도 없다보니 여자들은 약간 자포자기 심정으로 각자 알아서 자기 것 잘 챙겨서 잘 살자 이런 마음이 커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취업준비도 개별적으로 하게 되는 거죠.”


“수업시간에도 묘하게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대학도 이런데 직장은 오죽하겠어요. 취업을 생각하면 막연하게 두렵고 무서워요. 그래서 그런지 성차별이 적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는 것에 관심이 가요.”

여대생의 진로목표가 낮고, 진로결정 시간이 늦으며, 고립적 취업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겁’ 때문이다. 여성으로 성장해오면서 관찰하고 교육받고 경험해 왔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일을 선택하는데 있어 장벽으로 작용해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 “정말 이게 될까” 고민하게 만든다.

진로이론에 의하면 여성의 진로발달이나 결정과정에서 예상되거나 지각하는 진로장벽들은 개인의 진로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과도하게 현실적인 제약에 빠져 진로장벽을 과장되게 인식하거나 특정 영역의 진로장벽만을 부각해 받아들일 경우, 진로결정의 합리성이 낮아진다. 반대로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진로장벽의 존재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각하지 못했을 경우 역시 합리적인 진로결정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진로장벽을 스스로 어떻게 인지하는가가 여성의 진로결정 수준과 진로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온전한 진로선택을 위해서는 내재된 진로장벽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진로장벽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동안 진로장벽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주변 여성들은 실패와 위험요소들을 극복했는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작업은 진로의 방향과 속도를 달리하게 만든다.

“조직 내 여성차별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막상 일 해보니까 버틸만 한 것같더라고. 보니깐 성과 잘 나오고, 인성 좋고, 사람 대하는 태도가 아름다운 사람은 성별과 상관없이 존중받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 욱하는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어.”

“우와! 그렇군요. 뭔가 되게 힘이 되는 말씀이에요. 선배 고마워요.”

여성동문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여성의 진로장벽 요소들을 공유하고 각자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나누며 격려하는 활동 역시 절대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진로 장벽들을 허물어 가는 좋은 과정 중 하나다.

스스로 지방대 출신의 여성이라는 이중장벽에 갇혀있을수록, 진로 성찰일기 등을 기록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진로장벽이 허구적인 것은 아닌지 확인하며 자신을 믿어주는 힘을 키우는 것 역시 필요한 훈련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인 제약이라고 생각되는 장애물이 있다면 이를 극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보자. 본받고 싶은 아이디어와 삶의 태도들이 생겨날 것이다.

내 마음 속 똬리를 틀고 있는 백년 묵은 구렁이 같은 두려움과 불안을 제대로 마주하고 구석구석 살펴보지 않는 한, 마음에 쏙 드는 진로선택은 오랜 시간 후에도 어려울지 모른다. 열등한 성으로 폄하되는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것 역시 말이다.

◇이재은 대표는… 현재 여성 커리어 카운슬러로 활동하며 강의, 상담,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페미니즘 매체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여성 커리어교육업체인 여자라이프스쿨을 아담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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