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매사냥꾼이 살아가는 방법…"46년 매사랑 뒤 이을 후배가"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01.30 03:10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현장을 가다] <1-2> 대전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鷹師)

우리나라의 마지막 남은 매사냥꾼, 박용순 응사(57&#8231;鷹師)가 보라매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매는 아주 매력적인 동물이지. 자연의 보물이야 보물! 성격은 또 아주 화끈해요. 도 아니면 모야."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매사냥의 기능보유자 박용순 응사(57·鷹師)는 올해로 매와 인연을 맺은 지 46년이 됐다. 뒷산에 올라 놀다가 어린 새끼 참매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와 기르던 초등학교 5학년 소년은, 이제는 매사냥이라는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는 일의 최전방에 서 있다.

지난 23일 대전 동구 이사동에 있는 박 응사의 매 훈련장인 '고려응방'을 찾았다. '응방'은 고려 충렬왕 원년인 1274년에 설치됐던 매사냥 전담 국가기관의 이름이다. 박 응사는 살림집이 아닌 이곳에서 주로 거주하며 매를 기르고 있다. "아내가 한 번씩 와서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고 가. 하하" 박 응사는 웃으며 말했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참매를 말하는 '보라매'를 기르며 사랑에 빠졌던 소년은,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금산의 강종석 응사를 찾아갔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명맥이 끊겨가던 매사냥을 힘겹게 지켜오던 거의 마지막 인물이었다.

"스승님은 지금은 돌아가셨지. 거기서 매를 만나고, 조련하고, 데리고 사냥을 하는 등 매사냥의 다양한 기법을 배웠지. 그렇게 본격적으로 매사냥을 시작했어."

박용순 응사가 참매를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yoojin@

그렇게 매사냥꾼으로 사는 삶이 시작됐다. 2000년 대전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로 선정된 뒤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의 회장이 됐고, 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도 구조단장을 맡았다.

"매랑 같이 드라마에도 많이 출연했어. '주몽' '무인시대' '천추태후'에도 나왔지. 사극 복장 쫙 빼입고 촬영을 시작했더니 PD가 진짜 배우 하셔도 되겠다고 하더라고. 하하!" 그는 오는 9월 방송 예정인 이영애 주연의 SBS 드라마 '사임당'에도 배우 송승헌이 응사의 매와 함께 출연한다고 덧붙였다.


박 응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방송국 토크쇼, 초청 시연회장, 기업 신입사원 연수회 등 그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우리 매사냥을 많이 알려 오래도록 살아남는 전통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2004년에는 일본 매사냥협회가 초청해 시연과 강연을 하러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일본은 백제에서 매사냥을 배워갔지만 지금 우리보다 훨씬 잘 보존을 하고 있어요. 매년 대규모의 축제를 하고, 매사냥 동호회 등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죠. 아주 훌륭한 스포츠로 매사냥을 인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전북 진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정오 응사(74)와 박 응사, 단 두 사람만이 매사냥 기능보유자로서 무형문화재로 등록돼있다. 박 응사로부터 매사냥을 전수받고 있는 15명의 이수자가 있지만, 이들은 생업을 따로 갖고 활동 중이다. 박 응사의 뒤를 이을 전업 응사를 양성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된 만큼 문화재청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시설도 갖추고, 자신의 뒤를 이을 응사를 키워내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3년째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문화재청으로부터 '탈락'이 아닌 '반려' 통보를 받고 있다. 심사 대상조차 아니라는 것.

현재는 대전시에서 나오는 월 80만 원의 무형문화재 보조금이 수입의 전부로, 이 돈은 매 먹이를 사면 끝난다. "내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지…. 주유소랑 정수기 필터 관리사로 투잡을 뛰고 있어. 매사냥에서 무슨 돈이 나오겠어." 박 응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가 매사냥을 놓치 않는 이유는 뭘까. 그는 매에 대한 사랑과 이 전통이 지켜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말에 ‘남자의 3대 즐거움’이 있는데 첫째가 매사냥”이라고 외친 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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