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배폭리' 수입맥주, 언제까지 호갱노릇 해야하나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6.01.25 03:29
수입맥주 가격 거품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수입맥주의 국내외 판매가격 차이가 많게는 3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탓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 조차 이러한 가격거품을 숨기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1병당 729원에 불과한 하이네켄 맥주가 국내에선 2.9배나 비싼 평균 2016원에 팔렸다. 국내서 평균 2203원인 밀러 맥주의 미국 현지 가격은 960원에 불과했다. 가격차이가 2.3배다.

이들 두 맥주의 판매가격은 미국, 영국 등 조사대상 13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버드와이저, 칭타오, 아사히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수입맥주 대부분의 국내 가격이 원산지보다 1.5~2배 이상 비쌌다.

3~4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 비중은 10%도 안 됐지만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로 치솟았다. 맥주 수입 업체들은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가 늘어난 데다 대형마트 등의 수입 경쟁으로 가격이 떨어져 수입맥주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수입맥주 유통과정이 간단치 않다. 일단 수입맥주는 관세(15%)를 더한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주세 30%를 부과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60% 가량의 세금이 붙는다.


이후에는 유통업체가 이윤을 얼마를 붙이던 제품에 붙는 세금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수입원가 1000원짜리 제품의 정상가를 2000원으로 하던 5000원으로 하던 모두 수입업체 맘대로라는 얘기다.

대형마트 등에서 '수입맥주 5캔 골라담아 1만원'과 같은 할인행사가 연중 가능한 이유다. 이윤을 최대한 높게 잡은 상태에서 가격할인을 하다보니 원가를 알리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폭이 커보이는 착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시장원리를 통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보의 비대칭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수입맥주 업체들의 행위까지 눈감아서는 안 된다. 무조건 할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꼼수마케팅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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