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KAI 주식 사들이는 外人…골치아픈 산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16.01.20 17:09

블록딜 물량 9% 外人이 매입…지배구조 불확실성 커지면 산은 KAI 지분 매각 어려울수도

사진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이라크 등 해외에 수출한 훈련기 겸 경공격기 T-50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뉴스1


한화테크윈과 두산(DIP홀딩스)이 보유 중이던 한국항공우주(KAI)의 지분을 대부분 해외기관이 가져가면서, 보유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KAI가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방위산업기업인 만큼 외국인 비중은 관리 대상이다. 만일 산은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KAI의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진다면 정부가 지분 매각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11일 각각 한화테크윈과 두산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한 KAI 주식은 총 877만주(8.99%·5800억원 규모)로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기관이 가져갔다. 이에 올해 초 15.2%였던 외국인 보유지분이 지난 11일 22.3%로 7.1%포인트 증가했다.

블록딜에 참여해 보유사실을 공시한 미국계 투자사인 본토벨 에셋은 보유 지분이 5.1%로 늘었다. 한화테크윈의 지분을 사들인 본토벨 에셋은 장기투자의 목적으로 KAI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참가에 목적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블록딜 물량은 9%였지만 일부 외국기관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증가량은 7%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추가 매도가 이어져 외인 보유비중은 2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KAI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대표적인 방산기업인 LIG넥스원의 외국인 보유율(12.2%)과 비교하면 8%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보유 지분이 높아지면서 최대주주(26.75%)인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은 더 힘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유력한 인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지분을 쪼개 파는 것인데 이 경우 방산기업인 KAI의 외국인 지분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외국계 기업이 10% 미만까지는 방산기업의 지분 소유가 자유롭고, 10% 이상이 돼야 지분 매입 목적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몇몇 외국계 기업이 모이면 적대적 M&A(인수·합병)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정부와 국방부에서 믿을만한 전략적투자자(SI)가 없는 이상 지배구조에 부담을 주는 산업은행의 KAI 지분 매각을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은행이 KAI 지분 매각을 목표로 한 2019년 사이에 대선이 있는 것도 변수다. 정권교체로 매각 자체가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M&A가 아니더라도 방산기업의 외국인 보유지분이 높은 것은 부담"이라며 "당분간 산업은행은 KAI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 기관은 KAI가 2017년 미국 공군의 T-X 사업의 주 사업자 선정될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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