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8)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 부부가 14일 법원의 판결로 17년 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1조원이 넘는 이 사장의 재산분할 문제와 양육권·위자료 등 이혼 소송 쟁점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절차는 2014년 10월 이 사장이 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두 차례의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2월23일부터 소송을 통한 재판상 이혼절차를 밟았다.
◇ 조정절차 합의 실패…재판 시작후 1년3개월 만에 '이혼'
두 사람은 1999년 8월 결혼 당시 '삼성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1995년 삼성에 입사한 뒤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났다. 결혼 후 임 고문은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삼성물산 도쿄지사와 삼성전자 미주본사에 근무했다. 2005년 삼성전기 기획상무보로 국내에 복귀,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두 사람의 파경 소식은 이 사장이 2014년 10월 임 고문을 상대로 이혼조정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알려졌다. 임 고문은 지난해 8월 "가정을 지키고 싶다. 자녀 친권은 논의대상이 아니다"라며 이혼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장이 소송을 낼 당시 삼성전기 부사장이던 임 고문은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인사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슬하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아들은 이 사장이 맡아 키우고 있다.
◇ 친권·양육권 이 사장에게…월 1회 면접교섭권 이례적
이혼에는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 등 2가지 방식이 있다. 이 사장은 조정과 소송을 거치는 재판상 이혼을 택했다. 이혼전문 조혜정 변호사는 "조정이 아닌 판결을 통해 이혼 결론이 났다"며 "두 사람 사이가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서 주요 쟁점은 양육권과 재산분할, 위자료 부분이다. 재판부는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이 사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김주영 변호사는 "친권과 양육권의 경우 아들과의 친밀도, 양육에 대한 헌신, 자인의 경제력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판결내용을 보면 이 사장이 임 고문보다 아들과 더 친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임 고문에게 월 1회 면접교섭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면접교섭권은 보통 월 2회가 주어지는데 이례적으로 더 적은 횟수가 인정됐다"며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임 고문 항소땐 판결 바뀔까…재산분할·위자료 쟁점 여전히 변수
통상 부부가 이혼하면 결혼 전후 재산증식 상황과 재산에 대한 기여도 등을 따져 재산을 나누는데 두 사람의 이혼소송에는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양측 변호인은 재산분할과 관련, "이번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임효진 변호사는 "재산분할은 이혼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고, 위자료도 이혼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혼 확정 후 추가로 청구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장과 임 고문이 이혼 소송에서 조정 합의를 거부한 만큼 재산분할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 고문측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임 고문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안의 조대진 변호사는 "재판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자세히 검토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임 고문이 이번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해도 법원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항소를 해도 이혼 여부와 친권과 양육권을 누가 갖는 지에 관한 것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다만, 면접교섭권 횟수 등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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