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뤘다면 휴…' 다시 뜯어본 SK의 멜론 매각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6.01.14 10:23

2013년 협상 교착 당시 그룹 고위층서 매각 상대자와 담판 합의 의견도

멜론 로고
SK플래닛이 1조원 이상의 기회수익을 잃은 로엔엔터테인먼트 매각을 경영에 관여하는 고위층에서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엔은 음원서비스 '멜론(Melon)'과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영위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SK텔레콤 계열이었으나 2013년 사모펀드에 약 3000억원에 매각됐고 최근 1조8700억원에 카카오에 재매각됐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14일 "2012년 SK플래닛이 로엔 매각을 타진한 이후 가격적인 이견으로 실제 매매는 수개월간 교착상태에 있었다"며 "당시 그룹의 최고 결정권자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돼 재판 중이었기 때문에 경영진과 실무진이 매각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또다른 고위 경영진이 지지부진하던 매각을 사실상 재가하면서 거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12년 말부터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했던 로엔 매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매각을 타진한 이유는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지주사 규제로 인한 것이었다. 지주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지 않으면 경영권을 가질 수 없도록 제한한 내용이다.

당시 SK는 지주사인 SK㈜에서 자회사 SK텔레콤 이어 로엔으로 이어지는 계열구조를 가졌는데 2011년 SK플래닛이 SK텔레콤으로부터 분사해 손자회사가 되면서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은 증손회사로 규제의 대상이 됐다. 당시 SK플래닛은 로엔을 팔지 않고 SK텔레콤으로 지분을 넘겨 합병하거나 로엔 잔여지분 30여%를 거둬들일 수도 있었지만 차선책인 매각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세부적인 로엔 매각 절차는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층과 CEO그룹에서 주도했다는 것이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로엔 매각에는 2013년 초까지 MBK파트너스와 칼라일,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가격과 일부 지분 매각보류 문제로 MBK와 칼라일이 거래를 포기했고 이후에는 어피니티가 우선권을 갖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 거래는 어피니티가 단독권을 쥐면서 곧 타결될 것처럼 보였지만 SK텔레콤이 경영을 지속하고 자사가 보급하는 스마트폰에 멜론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는 조건이 제시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거래 관계자는 "당시 여러 문제가 협상 진척을 더디게 했지만 실제는 로엔과 주요사업인 멜론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SK의 상당수 실무진이 매각을 반대한 이유가 컸다"며 "SK가 각종 규제에도 SK증권을 고수한 것처럼 로엔도 꼭 팔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 년 가까이 미뤄지던 이 딜은 2013년 6월 이후 매매 수뇌부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구속상태에서 벗어나 보석으로 풀려났던 최재원 부회장이 친분이 있던 이철주 어피니티 대표를 만나 교착상태였던 협의 사항들을 해결하면서 일주일 만에 거래가 타결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무게가 실렸지만 고민스럽던 매각 여부를 그룹 고위층이 빠른 결정을 도와준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매각 당시의 결정을 현재의 재매각 가격을 기준으로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SK는 2013년 7월 로엔 경영권 지분 52.56%를 주당 2만원씩 총 2659억원에 어피니티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스타 인베스트 홀딩스 리미티드(SIH)에 매각했다. SK플래닛은 로엔 지분 67.56%에서 15%를 남기는 조건으로 동반매도권과 우선매수권, 경영권 참여를 보장받았다.

어피니티는 당시 약 2000억원의 펀드 자본과 약 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동원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2014년 말에 인수금융 차환을 통해 1250억원을 조기회수했다. 어피니티의 실제 투자금은 회수분과 금융비용을 감안해도 1000억원 안팎인 셈이다. 어피니티는 로엔을 보유한 2년 반 동안 음원시장 1위인 멜론이 지배력을 높이자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와 매매협상을 시작해 로엔 지분 76.4%(SK플래닛 15% 포함)를 최근 1조8743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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