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콘텐츠 전성시대]<상>'10분 콘텐츠의 혁명'…'대안'인가 '공존'인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서진욱 기자, 김유진 기자 | 2016.01.09 03:25

오프라인 문화콘텐츠 넘보는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의 이유있는 성공…즉시성, 간결성, 다양성

편집자주 |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웹브로드캐스팅…. 오프라인의 전유물이었던 문화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저변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의 부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주변 문화나 하위 문화로 인식되던 웹 기반의 콘텐츠가 오프라인의 콘텐츠 품격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1인 취향’을 위한 콘텐츠가 다양성과 확장성을 무기로 본격화하고 있는 시대에, 여러 세대의 취향을 골고루 저격하는 웹 콘텐츠를 재조명했다.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의 오프닝 장면. 최근 10분 안팎으로 제작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공개되는 웹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tv캐스트

#1. 대학생 김승윤(22)씨는 웹툰 광팬이다. ‘로코’(로맨스+코미디)와 막장 드라마로 일원화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 눈을 돌린 건 웹툰의 다양성 때문. 기존의 웹툰보다 장르 확장성이 더 커진 새로운 웹툰은 사회문제까지 끌어안으며 제법 진지한 성찰도 마다치 않는다. ‘송곳’이나 ‘국민사형투표’ 같은 웹툰이 대표적. 그는 “현재 얘기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빠른 대응력과 값싸지 않은 콘텐츠 질에서 웹툰의 새로운 흐름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2. 아이돌 그룹 엑소 팬인 고등학생 박성현(여·16)양은 그들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웹드라마에 눈을 떴다. 지상파 방송에선 엑소 멤버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지만,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를 통해선 멤버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양은 “지상파 드라마는 진입 장벽이 높아 연기 잘하는 소수만 볼 수 있는데, 웹드라마에선 모두 볼 수 있다”며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맞춤서비스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통신의 발달, 콘텐츠 플랫폼의 증가로 웹 콘텐츠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모바일 온리’ 시대에 맞게 1인 콘텐츠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웹 콘텐츠도 덩달아 쏟아지고 있다.

지금의 웹콘텐츠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웹툰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사라지는 만화 시장을 대체하고 있고, 웹소설은 ‘장르 문학’의 한줄기로 통용되고 있다. 웹드라마는 아직 시장에 큰 충격파를 몰고 오진 않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스낵 컬처’의 대표적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유튜브, 아프리카, 유스트림 등 1인 미디어의 발전과 증가는 다양한 웹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최재홍(멀티미디어공학) 강릉원주대 교수는 “앞으로 5G 기술이 도입되면 유무선의 차이도 없어져 웹콘텐츠의 특징 중 하나인 ‘짧은’ 소비에 대한 기준도 사라질 것”이라면서 “길이나 속도가 아닌 콘텐츠의 질이 웹시장에서 생존을 가르는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웹툰 '먹는존재'의 한 장면(왼쪽)과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돼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방영된 웹드라마 '먹는존재'. /사진제공=레진코믹스, 네이버 tv캐스트

◇ 먹방로맨스에 사회문제까지…“10분안에 모든 걸 해결한다”

모바일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즉시성과 간결성이다. 클릭하는 순간 끊어지지 않는 통신 기술을 무기로 할 일 많은 현대인이 콘텐츠당 최대 ‘10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콘텐츠가 제작되는 일이 중요해진 셈이다. 여기에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장치까지 두면 금상첨화다.

웹소설을 즐긴다는 대학생 김지연(여·25)씨는 “무엇보다 작가와 독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글을 읽다 이해가 안 가면 바로 댓글로 질문할 수 있고, 필요하면 독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내용이 수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웹툰의 경우 기존에는 코믹, 판타지, 로맨스 등 특정 장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추세는 사회문제까지 정면으로 다루면서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까르푸 사태를 기반으로 한 ‘송곳’,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미생’, 사회 권력자의 암투와 비리를 대놓고 푼 ‘내부자들’은 웹툰의 새로운 경향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먹는존재’는 1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성공 사례다. '먹방'에 로맨스를 엮어 기존 공중파 드라마와 다른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적게는 6분, 많게는 11분으로 제작된 이 ‘짧은 방송’은 모바일 현대인에게 최적화한 서비스였던 셈.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모바일의 가장 큰 특징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라며 “아직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휴대성 등을 고려해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웹드라마에서도 ‘10분 영상’이 대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웹소설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웹소설 목록. 웹소설은 아직 웹툰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웹소설

◇ 웹툰 이용자 1억명, 웹소설 연봉 1억원…신성장 사업두고 경쟁 ‘치열’

그렇다면 웹콘텐츠 시장은 어떨까. 가장 활성화하고 있는 웹툰의 경우 2014년 시장 규모가 1718억 원으로 추정된다.(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이 빅데이터를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웹툰 이용자는 9590만명(포털 중복 취합), 전체 작품 수는 5726편, 작가 수는 4661명에 이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5년 웹툰 시장 규모가 4200억 원에서 2018년 8800억 원으로 3년 안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웹소설은 아직 웹툰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 원, 2014년 200억 원, 2015년 400억 원으로 해마다 갑절씩 상승한 것으로 예측됐다. 업계에선 올해 원고료 수입 1억 원 이상의 작가가 최소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소설 ‘고결한 그대’는 웹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고, 소설가 장강명이 웹소설에 연재하는 등 웹소설은 장르간 이동도 활발한 편이다.

수익구조가 여전히 불분명한 웹드라마는 해외 수출을 활로의 발판으로 삼는다. 국내 동영상 광고 수익 배분이나 PPL(간접광고)의 제작지원 정도로는 한계를 느낀 국내 제작업체들이 좋은 조건을 찾아 사업을 확장하는 식이다. 웹드라마 ‘연애세포’의 경우 미국 스트리밍업체 드라마파버와 개런티와 수익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때마침 지난 7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13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함으로써 웹드라마 시장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영상 플랫폼은 1인 미디어의 발전도 가속화했다, 게임, 음악, 요리, 대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개인 방송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에이전시 격인 MCN(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까지 등장한 모양새다.

◇ 웹콘텐츠 ‘대안’ 아닌 ‘공존’…"다양한 세대 취향 껴안는 맞춤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짧게 볼 수 있는 웹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오프라인 주류 콘텐츠의 ‘대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요약하면 긴 콘텐츠는 오프라인에서, 짧은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각각 영역을 구분해 공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재 콘텐츠 소비는 양분화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TV예능 프로그램은 1시간 30분 이상을 쏟아붓고 모바일에선 단 몇 분 안에 콘텐츠를 요약하는 식으로 맞춤식 양 갈래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1인 콘텐츠와 공동 콘텐츠에 대한 분명한 노선과 특징을 고려한 것이 지금의 극과 극의 매체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다만 웹콘텐츠는 변형성과 확장성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웹콘텐츠는 10분짜리로 여러 개 만들어 나중에 하나로 묶어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가 많다”면서 “웹드라마를 묶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일본의 경우처럼, 원소스멀티유스의 길이 많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MCN 전문기업 트레저헌터의 송재룡 대표는 “조만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1인 미디어’(개인방송)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기존 연예인들이 개인방송을 통해 새롭게 스타가 되는 방향과 주부 등 시간적 여유와 숨겨진 재능을 가진 일반인들이 진출하는 방향 모두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차 거대해지는 웹콘텐츠를 ‘지배적 문화’로 보는 시각에 대한 경계심도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웹콘텐츠는 문화 욕구가 넘치는 다양한 집단의 취향을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문화의 갈래가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할 뿐, 대안이나 대세의 개념으로 보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4. 4 오마카세 먹고 수입차 끌더니…'욜로' 하던 청년들 변했다
  5. 5 '학폭 피해' 곽튜브, 이나은 옹호 발언 논란…"깊이 생각 못해" 결국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