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명 입시업체 '댓글조작' 경쟁사 비방…도 넘은 사교육시장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이정혁 기자 | 2015.12.31 05:29

"수험생·학부모 혼란 조장, 관련 법 위반 검토 필요"

오르비가 공개한 진학사의 비방 댓글 일부. 해당 댓글 작성자의 아이디는 모두 다르나 IP주소가 동일하다.

유명 입시업체가 올해 정시모집 기간 동안 고등학교 교사 등 60만 명이 넘는 커뮤니티에서 '댓글조작'을 통해 경쟁사를 비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교육업체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을 운영하는 진학사이다.

2016학년도 대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악용하고 사교육 시장 자체를 혼탁하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1일 사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대입 상위권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스 옵티무스'에 정시 원서접수를 앞둔 이달에만 특정 입시업체를 비하하거나 문제 삼는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동일한 IP주소로 무려 10개 ID를 바꿔가며 달린 댓글이나 게시글은, 마치 학생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진학사 직원이 경쟁사의 '대입 합격 예측 프로그램'을 깎아내리기 위해 쓴 글이다.

지난 14일 수능을 치른 한 수험생이 여러 입시업체의 배치표 정확도를 묻자 "진학사만 꾸준히 보면 된다"부터 시작해 15일 "A사 같은 건 그냥 버려!"라거나 18일에는 "B사 입시 예상은 엉망"에 이어 "C사도 예전 같지 않다"는 등 합격 예측 사업을 하는 경쟁사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방식으로 자사를 홍보했다.

진학사의 이런 행태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누적 회원수 64만 여 명에 달하는 이 커뮤니티에서 자사의 예측 프로그램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학생인 양 홍보해 왔다.


진학사 관계자는 "단순 홍보 목적으로 직원들이 해당 커뮤니티 아이디를 관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비방 댓글은 일부에 불과하며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댓글조작과 같은 사례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교육 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생 1인당 5만~7만원 선에 형성된 대입 합격 예측 프로그램은 비록 한철 장사이긴 하나 수입이 2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또 올해 처음 도입된 대입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형업체가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어지럽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사교육업체의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입 예측 사업을 통해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까지 수입을 올린다"며 "이 때문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몰리는 커뮤니티에서 경쟁사를 비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교육업계 간 과열경쟁, 댓글조작이 관련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경쟁사 비방 댓글과 같은 (사건의) 전례가 없다"며 "경쟁업체를 깎아내린 댓글이 실제 광고에 해당되는지는 표시광고법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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