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갈라섰을때 '여소야대' 됐다…'분열의 역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5.12.25 09:45

[the300][김성휘의 PQ]13-15대 총선 '與과반' 격침…野연대시 과반여당 출현

편집자주 | 정치를 읽는 데엔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말고도 PQ(Political Quotient)가 필요합니다. P와 Q는 컴퓨터 알파벳 자판 양끝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요. 좌우 양끝 사이 어디쯤에 최적의 '정치 지수(PQ)'가 있는지 답을 찾아봅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5.12.21/뉴스1

안철수신당의 등장이 야권을 혼돈으로 밀어넣고 있다. 안정이 좋고, 불안정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면 그의 선택은 야권에 나쁘고 여권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이런 상식이 깨질 수 있다. 13~19대 7차례 총선 결과 지금의 야권에 해당하는 정치세력이 분열할 때 도리어 여당의 독주를 막았다. 야권이 뭉치거나 선거연대를 하면 여당이 그 이상으로 치고 나갔다.

이는 우리나라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여서 야당이 결집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야권의 일반적 상식과 충돌한다. 혼돈의 야권 재편, 냉정히 보는 열쇠는 바로 분열의 역설이다.


◇다수야당의 4당체제, 與 단독과반 저지
역대 총선 비교는 소선거구제가 부활한 13대 총선(1988)부터 하는 게 일반적이다.
13대 총선은 야당이 3김으로 분열된 '다야' 구도였다. 민주정의당은 125석으로 의원정수의 41.8%를 차지했다. 평화민주당(김대중) 70석, 통일민주당(김영삼) 59석, 신민주공화당(김종필) 35석 등으로 야당의 의석합계가 여당보다 많았다.


14대 총선(1992)에선 민자당 149석(49.8%)으로 과반에 근접했다. 이때 민주당 97석,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통일국민당이 31석으로 교섭단체 야당이 2곳이다.
1992년 4월 13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민자당 총재, 김대중 국회의원, 박찬종 국회의원이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을 맞아 순국선열7위(이동녕, 김구, 조성환, 차이석,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가 봉안되어 있는 효창공원 의열사를 찾아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문민시대를 열었던 김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0시 22분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서거했다.(e영상역사관) 2015.11.23/뉴스1

4당체제가 된 15대 총선(1996)에 여당 신한국당이 139석으로 과반에 실패했다. 새정치국민회의(79) 자유민주연합(50) 통합민주당(15) 등 3개 야당 합계가 신한국당보다 많다.



교섭단체(20석) 수준의 야당이 하나인 여야 일대일 상황보다 야당이 많을 때 여당 성적이 나빴다. 야권이 분열로 공멸하기보다는 제1당의 단독과반을 저지하는 성과를 낸 셈이다. 지금의 야당 진영이 집권당이던 16대(2000·김대중정부) 17대(2004·노무현정부) 총선을 제외하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


18대(2008) 19대(2012) 총선은 사실상 여야 일대일 승부였다.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등 진보세력이 원내 진입한 변화가 있었지만 이들이 교섭단체 수준까지 가지 못했고 제1야당과 선거연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18대에 한나라당 153석으로 단독과반, 19대 새누리당 역시 152석 단독과반을 달성했다. 야당인 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은 각각 81석, 127석에 그쳤다.

이런 분석은 3당 합당, 국민회의-자민련의 의원 꿔주기와 같은 정계개편을 배제하고 순전히 총선 결과만 따진 것이다.



◇야당 뭉치면 여당 위기감 자극, 결집 '역효과'

제3당 또는 제4당이 성과를 낼수록 보수여당 의석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최대 원인은 야당의 외연확장이다. 야권 지지자라도 성향은 다양할 수 있다. 야당이 여럿이면 유권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기 쉽다. 역대 총선에서 제3당은 대개 이념 스펙트럼에서 1·2당의 가운데쯤 위치해 여당표와 야당표 일부를 가져왔다. 경쟁이 흥미를 유발, 투표참여를 높일 수도 있다.

22일 오전 0시 22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병으로 서거했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화 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기록관)2015.11.22/뉴스1


반대의 경우 단합의 역설이 발생한다. 특정 정치인·정파를 좋아하는 유권자는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에 편입되면 지지를 철회하기 쉽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안철수 의원의 처지가 그랬다.

무엇보다 야당이 뭉치면 위기감을 느낀 여당 지지층도 집결한다. 우리나라 정치지형상 영남 인구가 많고 노년층은 보수화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런 양상을 보였다. 지금의 야권에게 단일화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전략이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천정배(국민회의)·박주선 의원 등 호남권 신당을 꿈꾸는 이들은 이런 제3당의 역사를 재현하려는 것인지 모른다. 다만 뜻대로 될지는 여러 변수에 달렸다.


총선엔 당대의 정치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다. 13대 총선은 대통령직선제 개헌과 양김의 대선실패 직후에 치렀다. 민주화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졌기에 야권의 외연확장이 그만큼 수월했을 수 있다.

유권자가 언제나 의도한 대로 움직여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단일화해야 이긴다는 명제에 사로잡혀 연거푸 패배했다면, 거꾸로 '다야' 구도가 유리하다는 과거 기록에 집착해 시대변화를 놓칠 수도 있다.

언제나 시대정신과 명분을 쥔 쪽이 승리하지 않았던가. 표계산이나 선거공학도 그에 부합해야 비로소 성과를 낼 것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선거구 획정 문제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지도부 담판 회동을 마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회동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여야는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2015.1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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