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 소통으로 머리를 깨다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평론가 | 2015.12.26 07:25
다중지성으로 유명한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쓴 '앱 제너레이션'을 보면 꼭 지금 한국의 청년 현실을 보는 듯하다. 책에 나온 이름들만 빼면 대상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미국 청년들도 “당신은 누구인가?”를 물으면 꿈 대신 자신의 스펙에 대해서 말하고,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회혁신, 예술에 대한 헌신 등이 아니라 직업과 가정이다. 억압이나 다문화 등에 대해서도 온라인이나 SNS에서 말뿐인 행동과 공감에 그칠 뿐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다양성,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 (이를 슬랙티비즘이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학교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의 돈을 향해서 몰린다. 마치 2000년대에 인재들이 월가의 금융 공학 시장으로 몰렸던 것처럼. 그런데도 미국은 두 가지 점에서는 행복하다. 하나는 세계 자본이 집중되어 기회가 풍부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계 각지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재들이 몰려들어 다양성 부분을 수혈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미국의 개방적 플랫폼이 톡톡히 제 몫을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청년 정책만 해도 정책은 있지만, 의견 수렴과 정책 소통이 일방적이고 막혀있다. 다양한 인재 풀을 육성하는 사회풍토와 정말 필요한 정책 콘텐츠도 문제지만 개방성과 소통도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를 풀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소통실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청년 매일 윈윈하라’ 프로그램은 일단 참신해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고용 디딤돌, 멘토링, 해외고용 지원(K-Move), 사회적 기업 등 5개 부문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아닌 청년 자신들의 입장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의 2개월에 걸친 성과 발표 자리에 갔다. 자리를 꽉 메운 반짝이는 눈들과 뭔가를 자신들 손으로 해냈다는 성취감…. 청년들의 소통 노력은 싱그러웠다.

그런데 싱그럽다는 것은 참신하고 아름답긴 해도 놀랄 만큼 혁신적이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날 발표장은 희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은 분명했다. 문체부 소통 담당자들과 전국에서 참가한 대학생들, 전문가와 멘토, 그리고 민간 평가단들이 홍대 앞 카페형 세미나장에 모여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정부 담당자들은 왜 소통이 안 될까, 무엇이 문제인가를 물었다. 예산이 적어서 고생했을 것이라고 위로도 하고 자신들이 청년의 입장에서 보지 못함을 인정도 했다. 참가한 대학생들은 현장을 뛰어보니 청년들이 해당 정책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수준이 너무 낮은 것에 놀랐다고 대답했다. 일부 정책은 콘텐츠 자체가 구색용이라고도 짚었다. 소통 전문가들은 시도는 좋지만 여전히 소통보다는 홍보를 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짚었다. 그리고 수행한 대학생들이 정책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부족하며 SNS 조회 수와 재미뿐인 이벤트, 인증샷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것들은 앱 제너레이션들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이기도 하다.

정책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보통은 정책 방향과 콘텐츠, 다음이 소통 순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에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기존의 홈피를 대체한 브랜드 저널부터 커뮤니티 마케팅, 다층적 아이디어 팀, C&D(Connection& Development), 스토리텔링 등 혁신적 소통으로 기업 방향과 콘텐츠를 창출하는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소통으로 머리를 깬 사례들이다. 이들의 핵심조건은 개방성에 기초한 소통 문화다. 그래서 문체부의 2015년 이 첫 소통 시도는 시작은 작았어도 그 끝을 기대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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