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외국계 투자형 병원, 논쟁 보다 제도 안착 필요

머니투데이 이기효 인제대학교 교수 | 2015.12.24 03:05

국민의료체계 강화 '국민 합의사항', 외국 투자병원에 흔들릴 시스템 아냐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제주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했다.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788억원이 투자돼 47병상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이 설립되는 셈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과 관련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거나, 의료비가 상승하고 국내 의료체계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반대 측은 지금까지 병원들이 영리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영리행위가 가능한 병원을 허용한다는 식의 자극적 선전을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병원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병원은 모두 영리추구 행위를 한다.

시장경제에서 민간 의료기관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도덕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의료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분야에 비해 엄격하게 정부가 공익적 규제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개방형법인 병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개인 의사가 사업주체인 개인병원은 개방형 병원과 영리성 면에서 동일한 실체다. 영리추구 행위를 하며, 그 결과인 이익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이 똑같다. 현재 병원의 50% 이상 의원 모두가 개인 의료기관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개인 병원과 비영리법인 병원은 다른가? 상식적으로 비영리법인 병원이 더욱 질이 높고 진료비도 저렴해야 한다. 상속세 면세 등 세제 혜택이 큰 만큼 사회적 지원에 상응하는 기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것이 거의 없다. 동네 병원을 찾을 때 대다수 소비자는 그 병원이 영리 개인 병원인지, 아니면 비영리법인 병원인지 의식하지 않는다. 질이나 비용 측면에서 구별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설립 주체의 영리성을 따지는 것은 실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소비자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규제하고 관리하면 그만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특히 중국 의료관광객이 주요 목표고객이다. 우리 국민도 이용할 수는 있다. 국민건강보험체계와는 별개의 병원이어서 진료가격 통제와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 3배 이상의 본인 부담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병원이 아무리 진료비를 높게 받아도 사실 일반 국민들은 아무런 불편이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가성비 높은 국내 병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병원들은 모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진료비가 철통같이 통제된다.

기존 공익적 국민의료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확고한 국민적 합의 사항이다. 국민건강보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보수와 진보, 여야가 따로 없다.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몇이 들어온다고 흔들릴 취약한 시스템이 아니다.

이 병원 설립 근거인 '제주특별자치도법' 관련 조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에 제정됐다. 당시에도 거센 반대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오랜 검토와 협의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법 제정 후 10년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외국계 개방형 병원 설립이 승인됐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공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때다. 정부 당국도 시민 우려를 존중해 투명하고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행여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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