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생사불명(生死不明)

머니투데이 권재칠 법무법인 중원 변호사 | 2015.12.21 04:57
권재칠 변호사


한 쪽에서는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본 적이 있다며 살아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단국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의 생사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다. 양측 주장대로라면 생사불명(生死不明)이라는 미묘한 상태가 돼 버린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은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공적장부에 사람이 사망했다고 등재하려면 무엇을 제시해야 할까.(여기에서는 사람의 사망 시점과 관련한 뇌사 등의 부분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망신고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거하는 친족, 친족·동거자 또는 사망장소를 관리하는 사람, 사망장소의 동장 또는 통·이장이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첨부해 사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진단서나 검안서를 얻을 수 없는 때는 사망의 사실을 증명할 만한 서면으로 이에 갈음할 수 있다. 이 경우 신고서에 그 진단서 또는 검안서를 얻지 못한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여기서 사망의 사실을 증명할 만한 서면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호적선례에 의하면, 동·리장 또는 인우(사망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친인척이나 지인) 2인 이상의 증명서를 예로 들고 있다. 인우 2인 이상의 증명서 등을 갖춰 신고를 하게 되면 사망한 것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사망 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상 실종선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나있어 쉽게 돌아올 가망이 없는 사람을 부재자(不在者)라고 하는 데,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을 때 이해관계인은 법원에 실종선고를 해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실종선고를 하면 그 사람은 사망한 것으로 취급되고 이를 근거로 사망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어쨌거나 한 사람의 생사를 두고 첨예하게 주장이 대립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사망해야 일이 수월해지는 사람들과, 반대로 그 사람이 살아있어야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살아있어야 처벌할 수 있을 것인데도 사망하기를 바라고 있고, 반면에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그 사람이 죽어야 속이 시원할 텐데도 그 사람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 사람의 생사에 대해서 향후 어떤 증인이나 증거가 나오더라도 유전자 검사를 해서 확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사불명인 그 사람은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연 30~40%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자금을 끌어 모았다고 한다.

440만원을 투자해 의료기기를 구입하면 이를 대여해 8개월 후에 58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것이다.(연이율로 계산하면 수익이 약 44% 정도 된다.)

이런 방식으로 챙긴 돈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3조를 넘어 8조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중복투자를 모두 더하고 또한 투자원금에다가 그 수익을 더한 계산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사불명인 그 사람의 생사여부보다, 엄청난 피해자와 피해금액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불명(不明)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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