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기억의 장소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5.12.18 13:36

<135> ‘만취’ 김개미(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칠이 벗겨진 파란대문의 집, 기다란 막대로 큼지막하게 빗장을 질러놓은 빈 집, 마당에서 담장 밖으로 웃자란 가지를 내밀고 떠난 쥔을 기다리는 나무가 있는 집, 까치 몇 마리 와 아무 때나 쥔마냥 울어대는 집, 뜯어보지 않은 우편물이 우편함에 쌓여있는 집, 상상의 집이 아니라 저렇듯 현존의 집이다. 그런 저 집은 누구의 집이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만취한 내가 저 빈집을 찾은 것인지, ‘다른 행성’의 네가 저 빈집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저 파란대문의 빈집은 내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 집임엔 틀림없다. 가끔 만취한 상태면 나타나는 기억의 집.

그대에게도 저 기억의 장소 같은, 무의식 같은,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다고 여기고 믿는 네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그런 곳 하나 있었으면 이 겨울 턱없이 춥지만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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